'후터스 걸'서 CEO 된 미 외식업계 ★
1995년 외식체인점 후터스의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 매장에 17세의 갈색머리 소녀가 핫팬츠 차림으로 손님들 앞에 섰다. 후터스는 ‘후터스 걸’로 불리는 여성 종업원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손님에게 맥주와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외식 체인. 뭇 남성의 눈길을 참아야 하는 일이지만 자신과 두 동생을 월 40달러 벌이로 키우는 홀어머니를 돕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년 뒤 소녀는 미국 외식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인이 됐다. 올해 초 5개 외식 체인에 세계 4000개 매장을 거느린 포커스브랜드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카트리나 콜의 이야기다.

'후터스 걸'서 CEO 된 미 외식업계 ★
‘캣 콜’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한 콜은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역전’ 비결에 대해 “용기와 겸손, 호기심을 섬세하게 조화시키며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콜은 후터스의 급료를 모아 진학한 대학을 중퇴하고 후터스에 남아 호주와 멕시코, 아르헨티나 매장 설립을 주도한 공로로 26세에 후터스 부사장이 됐다.

콜은 과거 다른 인터뷰에서 “용기와 호기심은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보냈던 후터스에서 키웠다”고 말했다. 콜이 후터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듬해 낮은 급료에 불만을 느낀 요리사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콜은 다른 후터스 걸들을 이끌고 주방에 들어가 직접 요리했다. 그는 “주문한 요리를 낼 수 없으면 매장이 문을 닫고, 그러면 급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육아 때문에 늦게 출근하는 점장을 대신해 반나절 매장 운영을 책임진 적도 있다. 콜은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중요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호주 매장을 열 땐 임무가 주어지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날아가 40일간 현지의 모든 경제잡지를 탐독했다.

2010년에는 제빵 프랜차이즈 시나본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콜은 “전혀 다른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처음부터 배우며 겸손을 익혔다”고 말했다. 이듬해 CEO로 승진한 그는 시나본을 56개국에 1200개 매장을 보유한 매출 10억달러의 외식업체로 성장시켰다. 이번에 시나본의 모회사 포커스브랜드의 CEO로 승진한 것도 이 같은 실적의 결과다.

콜은 더 많은 성공을 위해 스스로 개발한 ‘핫 샷(hot shot·아주 잘나가는 사람) 법칙’을 틈 날 때마다 상기한다고 CNBC에서 소개했다. 만약 오늘 자신이 회사에서 잘리고 다른 핫 샷이 자기 자리를 차지한다면 무엇을 바꾸고 어떤 것을 새롭게 시작할지 상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1년에 네 번은 따로 시간을 들여 내가 스스로의 핫 샷이 됐다고 가정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 본다”며 “이 같은 습관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콜은 또 “스스로의 발바닥에 불을 지르며 채찍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은 생활방식은 통조림과 냉동음식으로 세 자녀를 키우면서도 삶에 굴복하지 않았던 홀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