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고배당 쥐어짜기,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연금 측은 배당확대를 요구할 기업이 30개사 정도라고 말하지만,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게 뻔하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가 266곳이다. 국내 간판기업들의 1, 2대 주주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배당을 빼먹자고 나오면 상장사들로선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투자수익률에 고민하는 것이야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수익률이 5.25%로 2013년(4.19%)보다 높아졌지만, 해외 연기금보다 부진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터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1년, 2년이 아니라 30년, 50년 성과를 보고 장기 투자해야 하는 곳이다. 당장의 고배당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투자라야 한다. 사실 수익률이 문제라면 공룡이 돼 버린 기금을 여러 개로 분할하거나 민영화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옳다.
배당은 경영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배당과 투자의 배분 결과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해당 기업의 주주와 경영진만 결정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설 일도 아니고 포트폴리오 투자자일 뿐인 국민연금이 왈가왈부할 게 아닌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주인인 연금수급자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를 열지 않는 이상 달라질 게 없다.
어이없는 것은 정부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민연금의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를 경영참여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족쇄를 풀어줬고,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을 평가할 때 주주권 행사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한다. 유보금 과세도 모자라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판이다. 이 정부는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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