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택시에서 구토한 승객에게 최대 15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제도를 놓고 시행 한 달 만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금을 내지 않아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택시기사와 승객 간 승강이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1일 “지난달부터 배상금 지급을 놓고 승객과 택시기사 간 승강이가 늘어나 경찰서를 찾아오는 경우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택시운송조합에 따르면 서울지역 택시에서 구토 등으로 차량을 오염시킨 승객에게 세차비와 영업손실비 명목으로 최고 15만원의 배상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택시운송사업약관이 지난달 1일부터 시행 중이다. 기존 약관에는 승객이 택시를 오염시켰을 경우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15만원은 법인택시 기사가 10시간가량 일하면 버는 금액”이라며 “택시에서 구토하면 악취로 하루종일 영업이 힘들다는 택시업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게 택시기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해당 규정은 택시업체의 약관으로, 벌금이나 과태료처럼 관련법 및 조례로 명시된 것이 아니다. 승객들이 배상금을 내지 않아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택시조합 측도 “해당 규정으로 택시 이용객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며 “나름대로 기준을 두고 당사자 간에 그 안에서 합의하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약관법에 따라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맞다”며 “현장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다툼이 생겼을 때 약관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통해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5만원을 받기 위해 택시기사들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소송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