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발표하자 시장에선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절박함이 느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민은행이 작년 11월 약 2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금융시장에선 추가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예상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5일 개막)를 불과 나흘 앞두고서, 그것도 주말 오후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의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경기 부양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보면 중국의 현재 경제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 사수' 나선 중국] 중국 7% 성장도 '아슬아슬'…전인대 앞두고 '부양 카드' 또 내밀어
‘경기부양’으로 정책 중심 이동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기준금리를 1일부터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별도의 문답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웠다.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그동안 견지해온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질금리 수준이 상승한 것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이 같은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외신 반응이 많다. “그동안 중국의 통화정책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로이터 통신)”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무게중심이 갈수록 구조개혁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금융시장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디플레 우려·부동산 둔화가 원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는 그동안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은 이제 중국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해 왔다.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받아들이겠다는 얘기였다. 그랬던 중국 지도부가 다시 적극적인 경기부양 모드로 돌아선 주된 이유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로 약 5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가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공급 요인이 크긴 하지만 경기하강에 따른 중국 내 수요 둔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부양에 본격 나섰지만, 전국 100개 도시의 신규주택 가격은 지난 1월 3.1%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8% 떨어졌다.

이르면 이달 중 추가 조치 나올 듯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중국 경제를 회복세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민은행은 일단 작년 11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은행의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부담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지난번 기준금리 인하로 부채가 많은 부동산개발업체 등 일부 기업은 수혜를 봤지만 민간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추가 금리 인하도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중국의 실물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은 작년 11월 시작된 인민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사이클이 향후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될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시금석이 이번 전인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전인대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기부양책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7.0% 성장을 목표치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24년 만에 최저치인 7.4%를 기록하면서 2012년부터 3년간 유지해 온 7.5% 목표를 처음으로 미달하자 올해 목표치를 대폭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인민은행의 통화완화정책은 공격적인 경기부양보다 성장률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미즈호증권은 이달 중에 추가적인 지급준비율 인하가 단행된 뒤 오는 4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