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전세를 끼고 중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경기 용인 수지지역 아파트 전경. 한경DB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전세를 끼고 중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경기 용인 수지지역 아파트 전경. 한경DB
부동산 전업 투자자 A씨는 최근 수도권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 10여채를 사 모았다. 주로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90%를 넘는 아파트를 매입했다.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다 보니 그동안 투입한 금액은 4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전셋값이 더 올라가면 매매가가 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그가 이런 식의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초기에는 경기 화성 일산신도시 인천 등에서 매입하다 최근에는 서울 강북·강서권에서도 물건을 매입하고 있다.

◆전세 낀 중소형 아파트 투자 활발

전세난 속 역발상 투자…"전세 낀 집 10채 4억에 구입"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자 전세를 끼고 중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세를 낀 소액투자 기법을 강의하는 교육장은 호황이다. C연구소의 강의엔 매회 수십명이 수강신청을 한다. 이 연구소는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가 수천만원 이내이면서 향후 2~3년 내 입주물량이 적은 지역을 주로 공략하라고 강의한다.

지방에서 전·월세를 낀 소액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J씨는 인기 부동산 강사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경·공매로 행복한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 등 유명 경매카페에서 스타 강사다. 최근에는 예정 수강생의 두 배인 400여명이 몰려 강의실을 변경해야 했다.

소액투자 기법을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는 가입자가 수만명에 달하는 소액투자 카페가 여럿 있다. 지방에서 소액투자로 큰 수익을 올린 한 카페 운영자는 건당 100만원을 받고 직접 투자 물건을 찍어준다. 그의 컨설팅을 받은 이들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경기 화성, 고양, 김포, 인천 등에서 저가 매물을 사들였다.

이 같은 투자 기법은 지방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부산 대구 울산 등에서 소액투자로 큰돈을 번 이들이 2012년 수도권에 올라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투자자들도 이들을 따르는 모양새다.

정충진 경매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열린)는 “소액투자자들이 수도권 경매물건에 대거 몰리면서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하는 사례가 흔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 투자 vs 위험한 도박”

소액투자자들은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근거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소액투자자는 “2010년 이후 부산 대구 등에서 전세를 끼고 소액투자를 한 이들이 큰돈을 벌었다”며 “이제 수도권 차례”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수도권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에 부정적이다. 인구구조 변화, 고령화, 소득 감소 등으로 집값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작다는 게 이유다. 또 금융위기 등 돌발 변수가 등장해 역(逆)전세난이 발생하면 한번에 회복하지 못할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2~3년 뒤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