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며…조셉 킴 "내 영혼 닳도록 붓질"
한경갤러리서 2일부터 개인전…30여점 선봬
이처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실력을 인정받으며 천재 화가로 불리는 조셉킴이 2~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가 그린 1호 크기의 소품 ‘새’는 1990년대 말 뉴욕 전시에서 부동산 재력가에게 1억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어린 시절 백혈병, 심장병을 앓은 조셉킴은 2005년부터 피부암에 시달리면서도 화필을 놓지 않아 많은 작가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요즘도 경기 안산시의 작업실에서 매일 5~8시간씩 작업에 몰두한다. 캔버스 앞에서 ‘색채의 마술사’처럼 자연과 인간을 채색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30대 초반부터 벌여온 암과의 싸움, 사업(공예품 공장) 실패에 따른 우울한 마음도 붓만 잡으면 치유됐다.
아직도 몸속에 암 덩어리를 안고 사는 그는 “영원한 자유인을 추구하는 것이 화가의 길”이라며 “내 육체와 영혼이 다 닳도록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림을 계속 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그는 최근 들어 시적 영감과 다양한 미학 장르를 격렬한 색채감으로 접붙이며 서정적 회화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년 시절 경험한 애틋한 사랑과 행복, 즐거움 등 갖가지 추억을 시적 내재율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치 이야기하듯 형상화해낸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공부를 포기하다시피 했고, 5학년 때 아예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림에만 매달려 죽기 전에 이름을 떨쳐보겠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림에 빠지면 보름 정도는 잠을 자지 않고 매달리기 일쑤였어요. 언젠가는 계란 150개를 삶아 거기에 조각을 하고, 밥을 먹다가 고추장으로 식탁에 그림을 그렸더니 정신병자로 취급하더군요.”
시적 상상력과 회화의 기교를 극대화한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것 같은 감흥을 안겨준다. 대상과 청량한 빛이 빚어내는 색채의 변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과 악기, 산, 나무 등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배경을 추상적으로 단순 처리한 것도 그만의 특징이다. 피카소와 고흐, 샤갈의 화풍이 혼재된 그의 작품은 그래서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는 단지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에 생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일반 미술 애호가보다는 ‘화가들이 칭찬하는 작가’로 통한다.
조셉킴은 “캔버스 앞에서 독재자의 모습으로 색감과 분위기를 장악할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탄생한다”며 “그 어떤 존재와도 교감이 가능한 ‘영혼의 미학’을 창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치열한 예술과 삶’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사람과 악기를 소재로 한 근작 30여점을 걸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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