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해야 할 '예컨대프로젝트'
올해는 노란 복수초가 예년에 비해 2주일가량 먼저 폈다. 1월에 핀 것은 5년 만이라고 한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복수초는 싹을 틔운 뒤 6년여의 시간을 버틴다. 저 혼자 힘으로 버티는 듯 보이지만 충분한 일조량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다. 올해 유난히 일찍 핀 것은 평년보다 따뜻했던 겨울, 넉넉하게 받아들인 햇볕 덕분일 것이다.

예술가의 성장과정은 복수초의 개화과정과 닮았다. 예술 전공을 택하면서 씨앗을 심고 교육을 거치면서 싹을 틔우고 인고의 시간을 겪은 뒤에 예술가로서의 꽃을 피운다. 이들의 시간을 얼마만큼 기다려 줄 수 있는지, 얼마나 충분한 볕을 쬘 수 있게 해주는지가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헤아리는 척도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진행하는 청년예술가프로젝트는 보다 많은 예술전공 졸업생에게 개화의 기회를 열어주는 작은 빛이 되고자 시작됐다. 실효성 있는 정책 입안을 위해 예술일자리 현황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며, 각종 예술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력 없는 청년예술가를 위한 창작·창업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받는 멘토링인 ‘잡썰’, 창작 및 창업 과정을 지원하고 창작물과 예술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인 ‘예컨대 프로젝트’는 전국 예술전공생들의 호응 속에 진행되고 있다. 본연의 예술전공에만 집중하던 학생들이 졸업 이후 예술가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실업이 일상화돼 있는 청년예술가에겐 실업률이나 취업률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보다 많은 예술전공생이 예술활동을 통해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술일자리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예술전공의 특성에 맞는 사회 진입 프로그램과 지원책이 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겨울과 봄이 맞닿고, 졸업과 도전이 만나는 2월, 이 접점에 많은 예술전공생들이 서 있다. 예술가는 사회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령사다. 예술가는 한겨울의 눈을 뚫고 피어나 봄을 예고하는 복수초처럼 우리 공동체의 시간을 앞서 체험하게 하는 사회적 역할을 담당한다. 2월의 교문을 나서는 예술전공 졸업생들이 고유의 빛깔로 만개해서 복수초의 꽃말인 ‘영원한 행복’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길 바란다. 그 시간이 우리 사회의 관심 속에 조금 더 앞당겨지길 바란다.

김선애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