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경찰이 말하는 간통 대처법
형법상 간통죄가 폐지된 뒤 배우자의 간통에 대처하는 방법은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모텔 등 성행위 현장을 덮쳐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재판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형사상 간통죄를 인정받으려면 성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민사적으로만 부정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면서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다.

형사상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서 성행위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사소송에서도 배우자가 타인과 성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승소할 확률이 더 높고 위자료 액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도움으로 현장을 덮치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성행위의 완벽한 증거를 잡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한 경찰관은 “모텔방 안에 둘이 있었다면 성관계를 했을 수 있다는 심증은 가겠지만 체액이 묻은 피임기구처럼 완벽한 물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사재판에서는 형사와 달리 불법적으로 수집한 자료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별도로 도청·도촬에 대한 무거운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위자료 몇 푼 더 받으려다가 감옥에 들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행위가 아닌 정신적인 애정관계도 민사적으로는 배우자에 대한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성관계 현장을 덮치지 않아도 문자메시지에 담긴 애정표현, 둘만의 여행 등 외도의 정황이 있으면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관계와 관련해서도 둘이 모텔방에 들어가는 폐쇄회로TV(CCTV) 화면 등 정황이 있으면 위자료에 참작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굳이 성관계 현장을 적발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증거로 확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간통죄 폐지가 민사상 위자료 인정 액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가정법원 등에 위자료에 대한 지침은 따로 없다. 그러나 판례에 따르면 책임의 정도, 경위, 혼인 기간, 당사자의 재력 등에 따라 일반적으로 500만~3000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부정행위 정도가 심하면 4000만~5000만원도 가능하다.

홍승권 변호사는 “한국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법원에서 위자료를 자체적으로 증액해주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오형주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