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과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리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에 문 연 광교 엘포트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현대산업개발 제공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과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리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에 문 연 광교 엘포트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현대산업개발 제공
27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마련된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인 ‘시흥 배곧신도시 EG 더원 1차’ 모델하우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뱀꼬리처럼 이어졌다. 김용원 EG건설 개발사업본부장은 “방문객들이 몰려 당초 오전 11시였던 모델하우스 개관 시간을 30분 앞당겼다”며 “치솟는 전셋값에 지친 수도권 세입자들이 대거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 완화와 주택경기 회복 등의 호재를 등에 업은 봄 분양시장이 문을 열었다. 주택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자들까지 가세해 올봄 청약 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내다봤다.

◆“새집 분양받자” 몰리는 청약자

모델하우스 문 열기 1시간 전부터 장사진
이날 경기 시흥, 수원, 김포 등 수도권과 부산, 강원 원주 등 전국 6곳에서 아파트 및 오피스텔 견본주택이 문을 열며 봄 분양시장 개막을 알렸다. 이들 단지에서 내주 청약 접수에 들어갈 가구 수는 모두 4058가구에 달한다. 경기도청 이전이 결정되면서 최근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는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설 엘포트 아이파크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찾은 정모씨(72)는 “저금리로 퇴직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며 “서울 강남과 연결되는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임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청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을 피해 내 집 마련에 나선 세입자들도 분양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인 시흥 배곧신도시 EG 더원 1차 모델하우스를 찾은 직장인 김모씨(32)는 “5년간 우선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전환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방에도 새집을 마련하려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강원 원주혁신도시에서 분양되는 모아엘가 에듀퍼스트 모델하우스에는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수도권 이전 공공기관 직원 가족들의 방문이 많았다.

◆매매·전세가격 동반 강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은 전주보다 각각 0.06%와 0.15% 올라 설 명절 직전 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저금리에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몰린 서울 전셋값은 0.29%나 상승했다. 신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에 매수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실제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집계 결과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설 명절 등으로 공휴일이 많았음에도 7552건으로 지난달(6861건)보다 10% 이상 늘었다.

주택 매수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건설회사들도 앞다퉈 분양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달 분양 아파트는 수도권 3만5021가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5만5252가구에 달해 10년 만에 가장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강남권과 신도시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보형/원주=김진수/수원=유하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