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하나-외환은행 통합전략서 빠진 것
“그동안 하나은행과의 통합에 찬성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추구하는 통합 방식을 보면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조합과의 ‘전투’에서 이기려고만 하지, 일반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전쟁’은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외환은행 직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직원들이 외환은행에 많다고 했다.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기자들에게 “외환은행이 부산은행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이 스스로 시급성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적지 않은 직원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반대만 하는 비타협적인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발언임을 알지만, 직원들을 헤아리는 마음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외환은행 순이익은 3651억원으로 전년(4443억원)보다 17.8% 감소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고 항변하는 직원이 많다. 하나·외환은행 중국 법인 합병 관련 손실 407억원, 2013년 327억원의 이익을 냈던 카드의 분사, 모뉴엘 관련 충당금(682억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뉴엘 관련 충당금이 많은 것은 전적으로 외환은행 책임이지만 말이다.

두 은행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조직에 대한 이해를 감안하지 않고 다급히 밀어붙인 느낌이 없지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외환은행은 ‘명분’을 중시하는 문화인데, 하나금융은 ‘성과 중심’ 문화가 강해 충돌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2·17 합의’를 지키지 못하는 데 대한 설득이 이뤄졌다면 노조 반응도 달라졌을 거란 얘기도 적지 않다.

물론 가능한 한 빨리 합병을 성사시켜야 하는 경영진의 조급함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계좌이동제를 코앞에 둔 시점인 만큼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일반 직원들의 더 적극적인 지지를 얻는 것이 노조를 협상장으로 이끄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마침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하나금융은 ‘김정태 2기 체제’를 맞았다. ‘선(先) 화합적 결합, 후(後) 물리적 결합’으로 방향을 튼 김 회장의 전략이 외환은행 직원들을 끌어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