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이젠 처벌 못한다] 혼외 불륜 민사 손배소송 늘어날 듯…변호사 시장 커진다
26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함에 따라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의 유물로 남게 됐다. 앞으로 간통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져 가사·민사 재판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가 증가하고 관련 변호사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간통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재판 때 위자료 액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사·민사 소송 늘어날 듯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혼외 불륜 관계 등에 대한 고소와 그에 따른 수사·처벌은 불가능해졌다. 현재 간통죄로 수사받는 당사자의 경우 검찰 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를 면하고, 재판에 이미 넘어갔다면 자동으로 무죄가 선고된다.

2008년 간통죄에 대한 합헌 결정 이후 간통죄로 이미 처벌받은 5466명(1월 말 현재)은 재심 신청 등을 통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간통혐의로 가수 탁재훈 씨가 고소된 사건과 김주하 전 앵커가 남편을 고소한 사건 등은 즉시 취소된다. 탁씨는 최근 이혼 소송 중인 아내 이효림 씨로부터 간통죄로 고소당했다. 이씨 측은 지난 17일 “탁재훈과 상간녀 3명을 간통죄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김 전 앵커도 혼외자 출산을 이유로 남편 강모씨를 간통죄로 고소한 상태다.

간통 행위를 형사 고소하기는 어려워지지만 대신 위자료 청구 등 가사·민사 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원인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불륜이 이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이혼 재판에서는 간통죄가 형사상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있다면 폭넓게 책임을 인정해 왔다”며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민사적으로는 여전히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그동안 간통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현장을 덮치는 등 증거 수집을 위한 절차를 밟았지만 앞으로는 변호사가 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정행위 입증 방법이 달라지고 가사소송의 증거조사 절차가 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 법원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반드시 이혼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불륜 관련 재판은 가정법원에서 다뤘다.

◆위자료 액수 높아질까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위자료 증액 등 사회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여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영미 법률사무소 세원 변호사는 “위자료를 정할 때 경제적 능력을 주로 감안하다 보니 심지어 2만~3만원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며 “법원에서 위자료 액수를 높여서 간통 행위자에게 형사 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혼 재판은 배우자 부정행위뿐 아니라 다른 제반 사항을 함께 고려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만 늘리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그동안 간통죄 고소가 직접적인 배우자 처벌 목적보다는 다른 소송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며 “이혼 이후 재산 분할 때도 피해를 본 측이 유리해지는 사례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 역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