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돈의 맛'…미·영·독 오를 때마다 사상 최고
글로벌 증시가 연일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미국과 독일, 영국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도 15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과 유럽이 꾸준히 돈을 풀고 있어서다.

◆글로벌 증시 기록 무더기 경신

미국 다우지수는 2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08% 상승한 18,224.57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독일 DAX30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으며, 영국 FTSE100지수도 지난 24일 15년여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부 아시아 증시도 비슷하다. 닛케이225지수는 26일 1.08% 오른 18,785.79에 마감, 200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증시도 지난 17일부터 6일 연속 상승하며 25일 사상 최고로 올라섰다. 세계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전세계지수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5.5%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락세 진정,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매력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일본에 이은 유럽의 양적 완화 발표로 시중 유동성이 늘고 있는 점 역시 각국 지수가 뜀박질한 이유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을 비롯해 각국 연기금은 주식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일본 국가공무원공제조합은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을 현재 8%에서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철저히 소외된 한국 증시

한국 증시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개월간 3.75% 하락했다. 이달 중순 이후 지수가 올라왔지만 그동안 낙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6.29%, 닛케이225지수가 19.74%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따로 놀게 된 원인을 상장사 실적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기업 조사기관인 IBES에 따르면 미국 상장사들의 2013년 대비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3.1%,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7.2%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 상장사들의 EPS도 5~10%가량 늘었다. 반면 한국 상장사들은 매출(-0.4%)과 EPS(-2.7%) 지표 모두에서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글로벌 상승 분위기에 동참하기엔 기초체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많이 오른 국가들의 경우 상장사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거나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썼던 곳”이라며 “한국은 주가 상승의 두 가지 동인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성민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배당 수익률이 떨어지는 데다 성장 잠재력도 예전만 못하다”며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송형석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