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간판’으로 꼽히는 네이버다음카카오가 2월 대세 상승장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데도 외국인과 기관은 연일 이 두 종목을 팔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치솟던 1월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IT공룡' 네이버·다음카카오의 역주행
○한 달 만에 시총 4위에서 10위로

네이버의 25일 종가는 64만1000원이다. 전날보다 0.63% 올랐지만 여전히 1년 신저가(23일 63만2000원) 주위를 맴돌고 있다. 지난달 4위였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어느새 10위까지 내려왔다. 단기 고점이었던 지난달 20일부터 계산하면 한 달 새 하락폭이 18.86%에 달한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정책 수혜주로 거론되며 78만원까지 치솟았던 1월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시장 대장주 다음카카오의 처지도 비슷하다. 2월 들어서만 주가가 13.74% 빠졌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가 5%가량 오른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주가 낙폭은 이보다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포털 공룡’들의 주가가 주저앉은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 탓이다. 외국인들은 2월 들어 24일까지 네이버 주식 860억원어치, 다음카카오 주식 71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의 순매도 규모는 더 크다. 네이버 순매도액만 1963억원에 달한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업체들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이 국내 포털 업체의 주식을 팔기 시작하자 기관이 보조를 맞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MSCI는 최근 해외 상장 주식의 지수 편입조건을 바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업체 17곳을 오는 11월 지수에 편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펀드들이 중국 업체를 포트폴리오에 새로 담으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핀테크 밑그림이 금융회사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포털 업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태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포털 업체들의 핀테크 수혜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며 “보다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관망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매수 기회’ 시각도

‘큰손’들의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중장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라인, 카카오톡 등 휴대폰 메신저의 영향력 확대로 이와 연계한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2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다음카카오 역시 같은 기간 2013년 4분기보다 71% 많은 65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이렇다 할 뚜렷한 반등의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성장산업이란 점만을 내세워서는 더 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알리바바와 바이두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매력적인 구간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갑작스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기관이 조금씩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길게 보고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