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장중 300만원 '황제株' 아모레퍼시픽…20년 화장품 한우물 서경배의 매직
‘297만3000원.’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4일 전날보다 3.44% 오르며 300만원대 고지에 턱밑까지 다가섰다. 장중에는 300만원을 찍었다. 국내 증시에서 주당 300만원을 넘긴 종목이 나온 건 1999년 12월 400만원대까지 치솟은 SK텔레콤(액면분할 이전) 이후 두 번째다.

◆기적의 비결은 ‘화장품 한우물’

주가 장중 300만원 '황제株' 아모레퍼시픽…20년 화장품 한우물 서경배의 매직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년 새 150%이상 올랐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도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이날 하나대투증권은 목표가 340만원을 제시했고, 앞서 이트레이드증권은 345만원으로 올렸다.

증시는 물론 회사 직원들조차 깜짝 놀라는 아모레퍼시픽의 ‘기적’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업계에선 화장품 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의 전략을 첫손에 꼽는다. 이 회사의 전신인 태평양그룹은 1990년대 초반 화장품 외에 건설, 증권, 패션, 야구단, 농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199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서 회장은 다른 사업은 싹 정리하고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최근 주가 급등은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중화권 사업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2011년 1909억원에서 2014년 4673억원으로 급증했다.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린 건 아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선양에 지사를 설립한 건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하지만 중국에서 첫 흑자를 낸 건 진출 15년 만인 2007년이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여성 5200여명의 피부 특성을 연구하며 현지 여성의 피부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중국 사업의 핵심 브랜드인 라네즈와 마몽드의 중국 매출 비중은 최근 50~60%대로 높아져 국내 매출을 뛰어넘었다.

서 회장은 “인구 1000만명 이상인 메가시티가 1990년대에 10개 남짓이었지만 현재 30개까지 늘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있다”며 “우리에겐 무한한 성장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 모레퍼시픽은 해외 진출을 확대해 2020년 매출 12조원, 해외 매출 비중 51%를 달성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서 회장은 “중국에 이어 아세안 지역과 북미, 남미 등을 글로벌 사업에서 하나하나의 기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서양의 화장품 기업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했다.

◆주가 ‘하이킥’ 어디까지 갈까

증시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성수기를 맞아 최대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인의 해외 직접구매 확대는 아모레퍼시픽에 훌륭한 신규 판매 채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던 일본 브랜드 시세이도의 성장률 둔화와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세이도는 2004년부터 일본 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기 시작했고 2007년 이후엔 해외 영업이익도 10% 이상씩 감소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IQ 높이자” 특명

올 들어 아모레퍼시픽이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연초보다 1조8971억원 불어난 7조9713억원으로, 국내 주식 부자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세계 200대 부자’에 올랐다. 증시의 뜨거운 관심에 비해 서 회장의 일과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그는 이날 서울 수표동 본사에 출근해 평소처럼 회사 업무를 봤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국내외 출장에 할애하고, 모든 신제품을 직접 미리 써보는 등 ‘현장 경영’을 놓지 않고 있다.

서 회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디지털 IQ를 높이자”고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의 정보 혁명으로 온·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아모레퍼시픽의 창립 70돌이기도 하다. 그는 부친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창업 과정과 사업 일화 등을 담은 일대기와 사사(社史)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임현우/윤정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