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극세사 섬유업체 웰크론그룹의 최고경영자 이영규 회장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쓴다. 지난달 10일 김포공항에서 오전 7시 비행기에 오른 이 회장은 7시50분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광주 상무지구를 찾았다. 웰크론의 침구 브랜드 ‘세사리빙’ 대리점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 때까지 주위 상권을 돌아보면서 시장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후 10시부터 금호점 풍암점 월산점 첨단점 양동점 신세계백화점을 쉬지 않고 돌아본 뒤 오후 4시께 전남 곡성으로 이동했다. 곡성군이 주최하는 1사1촌 운동인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자매결연 행사에 참석한 후 오후 6시엔 다시 신금호점 우산점 수완점 등 대리점을 돌며 점주들과 대화했다. 이날 이 회장은 오후 8시50분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는 베트남 공장이 있는 웰크론글로벌비나 지사를 방문했고, 설 연휴 때는 휴가도 반납한 채 웰크론강원의 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거래처 미팅 참석차 브라질 출장길에 올랐다. 그 중간에는 세사리빙 권선점과 영통점, 망포점,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AK백화점 수원점,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등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했다. 웰크론 직원들조차 “창사 이래 이토록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비즈&라이프] 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 한달새 65곳 현장방문…"우리 회장님은 홍길동"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회장의 사내 별명은 ‘홍길동’이다. 어떤 날은 부산에서, 다음날은 충남에서, 또 이틀 뒤엔 강원에서 이 회장을 만날 수 있다. 이동 중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밴드’에 매장 사진과 애로사항, 해결해야 할 점과 배워야 할 점 등을 올린다. 1월 한 달 동안 이 회장이 방문한 전국 매장과 건설현장을 합치면 65곳이나 된다.

방문한 곳에서는 한 가지 이상의 개선점이나 배울 점을 반드시 찾아낸다. 예컨대 중년 남자 대리점주가 “침구류를 예쁘게 정리정돈하기 어려워 매장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면 세사리빙의 VMD(visual merchandising)팀 전문가를 파견해 쉽고 예쁘고 침구류를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도록 한다.

홍보 방법을 고민하는 대리점주의 의견을 듣고 난 뒤에는 대리점영업마케팅팀에 “해당 지역 상권에 맞는 현수막 전단 등 판촉활동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직원과의 소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계열사 임직원의 기초체력 증진과 팀워크 강화, 자신감 고취로 기업의 경영 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로 2005년 웰크론그룹 야간행군을 시작한 것도 고난을 함께하는 가운데 진정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다. 작년 8월에는 40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출발해 철산교 양평교를 지나 15㎞ 반환 지점인 양화대교를 돌아 다시 본사로 오는 8시간짜리 코스를 걸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 경영’ 실천은 부지런함이 몸에 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임직원들의 반응이다. 웰크론(당시 은성코퍼레이션)을 창업할 당시 이 회장은 후배 두 명과 함께 승합차를 몰고 대구의 염색공장에서 서울 신림동 봉제공장까지 원단을 실어 나르곤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섬유 원단을 날랐고, 공장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들고 은행에 무작정 찾아가 지점장을 설득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어렵게 대출을 받아 해외 공장을 인수한 뒤엔 직접 해외전시회에 참가해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국을 확대했다.

이 회장은 “생산현장은 물론 고객과 직접 만나는 대리점주, 판매사원이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며 “현장을 모른 채 무조건 성과를 내라, 열심히 일해라, 고객을 만족시키라고 지시만 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올 들어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은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밖에서 잘하려면 국내 사업에서 한 치의 오류도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해외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경영은 소통을 위한 것이다. 소통이 잘되면 생산성과 효율성은 저절로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웰크론그룹이 큰 타격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협력업체의 경영 실태가 어떤지, 납품대금 회수에 이상이 없는지, 생산설비는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등 현장을 챙긴 결과”라며 “올해도 ‘초심불망(初心不忘)’의 마음으로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2조 기업 목표”

이 회장은 웰크론그룹을 ‘2022년까지 2조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국내 유통망을 늘리고 수출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180여개, 해외 5개인 세사리빙 대리점을 국내 240개, 해외 10개로 늘리고 주요 품목인 극세사 클리너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황사 피해가 많은 중국에 마스크 완제품 수출을 늘리고 첨단 방탄복의 국내 및 동남아시아 수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웰크론강원을 통해 발전용 보일러 사업을 확대하고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웰크론한텍도 중국 베트남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바이오디젤 개발, 상용화 플랜트 개발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웰크론그룹에 속한 회사는 섬유전문 제조업체인 웰크론, 위생용품 전문 제조업체 웰크론헬스케어, 물·에너지·환경 분야 플랜트 전문 제조 및 플랜트 종합건설 기업 웰크론한텍, 발전 및 환경에너지 설비와 화공설비 제조가 주업무인 웰크론강원, 수처리 전문 설비 제조사 엘림하이드로가 있다.

웰크론의 지난해 매출은 725억원으로 웰크론그룹 전체를 합치면 2200억원대다. 이 회장은 “웰크론은 특화한 슈퍼·나노·스마트·친환경 섬유 등 신소재 사업을 더 강화하고 스마트군복 등 첨단제품도 확장해 섬유 전문 종합상사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2012년 진출한 베트남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 극세사 클리너뿐 아니라 기능성 침구, 위생용품, 식음료 설비, 에너지 절감장치, 해수 담수화 설비 등 계열사 관련 사업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규 회장 프로필

△1959년 서울 출생 △1978년 영동고 졸업 △1985년 한양대 섬유공학과 졸업 △1992년 웰크론 창업 △2002년 수출 증대 공로 산업자원부장관상 △2003년 중소기업경영혁신 공로 대통령 표창 △2007년 웰크론헬스케어(옛 예지미인) 인수 △2010년 웰크론한텍(옛 한텍엔지니어링) 인수 △2010년 웰크론강원(옛 강원비앤이) 인수 △2011년 무역진흥 공로 행정안전부 철탑산업훈장 수훈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