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마스크팩' 돌풍 산성앨엔에스, 골판지서 화장품 회사로 변신…요우커 싹쓸이 덕에 주가 11배†
중국 춘제 연휴 기간인 지난 22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으로 가득 찼다. 40㎡ 남짓한 매장에서 요우커들은 같은 제품을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100개까지 쓸어담았다. 이들이 구입한 제품은 산성앨엔에스라는 중소기업의 ‘리더스 마스크팩’이었다.

리더스 마스크팩은 최근 한국에 오는 요우커들의 쇼핑 리스트 1호로 꼽히는 제품이다. 골판지 생산이 주력 사업이던 산성앨엔에스는 마스크팩을 발판으로 화장품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0위권의 우량기업으로 떠올랐다.

산성앨엔에스의 전신은 1986년 설립된 산성피앤씨다. 포장재로 사용하는 골판지 생산이 사업의 전부였다. 이 회사가 변화를 모색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골판지 시장이 정체되면서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 250억원 가까이 됐던 연매출은 2001년 240억원, 2002년 224억원, 2003년 204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도 15억원 안팎에서 10억원 아래로 감소했다.

창업자 김판길 회장의 아들인 김진구 부회장은 사양길에 접어든 골판지 사업을 대체할 돌파구를 모색했다. 2005년 줄기세포 열풍 속에 바이오기업 프로스테믹스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바이오산업의 성장도 기대했지만 김 부회장이 그보다 더 눈여겨본 것은 프로스테믹스의 자회사인 리더스코스메틱이었다. 리더스코스메틱은 피부과 원장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2011년 리더스코스메틱을 합병해 화장품사업을 본격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장품에 의약품의 기능성을 결합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 결정”이라고 말했다.

리더스 마스크팩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 8월 롯데면세점에 입점하면서부터다. 이 무렵 요우커들이 국내 면세점으로 몰려들었다. 한류 열풍과 맞물려 국산 화장품이 요우커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면세점 입점을 계기로 리더스 마스크팩 판매량은 2013년 1500만장에서 지난해 7500만장으로 5배 늘었다.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지난해 4월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에 입점했고, 5월엔 신라면세점 본점과 갤러리아면세점 제주공항점, 7월엔 동화면세점, 워커힐면세점에도 들어갔다.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몰에도 입점해 판매금액 순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산성앨엔에스의 매출은 2013년 730억원에서 지난해 1189억원으로 62.8%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2억원에서 229억원으로 10배가 됐다. 사업구조도 바뀌어 전체 매출에서 골판지의 비중은 40%로 줄었고, 마스크팩을 포함한 화장품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24일 현재 4만3000원으로 1년 전의 11.6배다.

산성앨엔에스는 리더스 마스크팩이 요우커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의사들이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 중국인들에게 믿음을 줬다는 것이다. 보습, 여드름 제거, 미백 등 다양한 기능성 마스크팩을 내놓은 것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산성앨엔에스는 80여 종류의 마스크팩을 판매하고 있다.

산성앨엔에스는 지난해 말 경기 안성시에 1만4000㎡ 부지를 매입했다. 마스크팩 공장을 추가로 짓기 위해서다. 산성앨엔에스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마스크팩 매출이 올해도 큰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새 공장 부지는 기존 공장 부지의 4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