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독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아우디 Q7e트론콰트로’ 차체 모습. 한경 DB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독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아우디 Q7e트론콰트로’ 차체 모습. 한경 DB
삼성SDI가 23일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pack) 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 배터리 시스템즈(MSBS)를 인수했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조치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SDI는 LG화학, 파나소닉, 소니 등 경쟁사에 맞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 2차전지 '영토확장'…전기차 배터리 팩 1위사 인수
삼성SDI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과거 M&A에 소극적이었던 자세를 버리고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M&A를 통한 외부 기술 흡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이날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캐나다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부문 자회사인 MSBS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SDI가 MSBS의 사업장과 개발 및 생산시설, 인력, 기존 수주계약 등 모든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MSBS는 4월1일자로 삼성SDI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MSBS는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로 꼽히는 회사로 오스트리아 제틀링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이후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과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팩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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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서 팩 완제품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복안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기본 배터리(셀) 위주로 생산 공급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단순 셀 공급보다 배터리 셀 여러 개를 묶은 모듈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냉각장치를 추가한 배터리팩 형태를 원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나면서 팩 개발 역량이 필요해졌다. 특히 경쟁사인 LG화학이 2009년부터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당장 내부 기술만으로는 주도권 확보가 힘들다는 판단에 과감히 외부로 눈을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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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성 삼성SDI 사장(사진)은 “이번 인수는 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배터리팩 사업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인수, 그동안 외주에 맡기던 배터리팩 사업까지 내재화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은 물론 수주 노하우와 완성차업체 대응력까지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기존 셀과 모듈 부문의 개발, 제조 역량에 MSBS의 배터리팩 사업 역량을 결합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스템의 일관 사업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중국 시안에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과 기존 울산 배터리 셀 공장에 이어 오스트리아 배터리팩 공장까지 3대 생산기지를 발판 삼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B3와 IHS 등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올해 약 210만대 규모에서 2017년 470만대, 2020년 770만대로 연평균 24%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