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장, 日에 뺏길 판] 수소車 성패, 충전소 확충에 달렸는데…日 3000곳 vs 韓 23곳
수소연료전지차는 ‘꿈의 자동차’로 불린다. 공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데다 연료 효율이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두 배 이상 좋다.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가 충전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지만 수소차는 한 번 충전에 5~6분이면 된다. 주행 거리도 600~700㎞로 전기차보다 몇 배 더 달릴 수 있다. 아직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연비가 못 미치지만 기술 발달 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연비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현재 수소차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두 곳뿐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50년 전인 1966년 수소차를 처음 개발했지만 관련 부품을 확보하고 이를 제작하는 기술은 뒤져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내연기관 자동차나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에서는 뒤졌지만 준비만 잘하면 수소차 시장에서는 앞선 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점 공세 나서는 일본

[수소차 시장, 日에 뺏길 판] 수소車 성패, 충전소 확충에 달렸는데…日 3000곳 vs 韓 23곳
수소차의 성공 여부는 적절한 차량 가격과 인프라(충전소) 확충 여부에 달려 있다. 일본 정부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6월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작성한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3000기(機)를 설치하고, 수소차 보급 대수를 700만대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비전이다.

이를 위해 올해 수소차 보급 예산을 400억엔으로 늘렸다. 지난해의 3배 규모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도요타의 4인승 세단형 수소차 미라이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723만6000엔(약 6690만원). 만만찮은 가격이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202만엔)에 도쿄, 후쿠오카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추가 보조금(100만엔)을 받으면 실구매가격이 420만엔(약 3885만원)으로 떨어진다. 충전소만 충분하면 개인들도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가격이다.

충전소는 현재 도쿄, 후쿠오카 등 4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40여기가 설치돼 있다. 이를 연내 100기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충전소 확충을 위해 설치 비용(1기당 4억~5억엔)의 최대 절반(2억5000만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미라이의 사전 예약자 1500명 중 40%는 개인 구매자”라고 설명했다.

◆선수 빼앗길 위기 처한 한국

현대차는 수소차 양산 기술 분야에서 선두 주자다. 1998년 수소차 개발에 들어가 2013년 2월 ‘투싼iX 수소차’ 양산 체제를 세계 처음으로 구축했다. 또 지난해 말 미국 워즈오토가 뽑은 ‘세계 10대 엔진상’에 수소차로는 처음 현대 투싼iX 수소차 플랫폼이 뽑혔다. 양산 기술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판매가 안 되고 있다.

2013년 후 2년간 판매대수는 200여대다. 이 중 국내 판매대수는 20여대에 불과하다.

보급이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수소 충전소가 없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수소 충전소는 12기다. 그나마 전년도 말 13기에서 연세대가 시설을 폐지했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이달 초 현대차는 투싼iX 수소차의 판매 가격을 1억5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43% 인하했다. 그러나 개인에겐 보조금 혜택이 없어 아직도 비싸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앞서가는데도 정부의 수소차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정부의 올해 수소차 관련 예산은 20억원. 지난해 35억원에서 15억원 깎였다. 비전도 일본에 비해 뒤처진다. 일본은 2030년까지 차량 700만대 보급, 충전소 3000기를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은 2020년까지 수소차 1000대, 충전소 23기가 고작이다. 작년 목표 대비 보급대수는 500대 늘었지만 충전소 계획은 200기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었다.

자동차 전문가인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일본이 수소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련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수소차 표준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라며 “양산에 앞섰더라도 보급과 비전에서 뒤지면 표준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수소연료전지차

연료로 기름이나 가스 대신 수소를 쓴다.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물을 만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주행한다. 부산물은 물밖에 없다.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EV)보다 한 차원 앞선 친환경차로 꼽힌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