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참여 선언한 넥슨, 주주제안서 공개한 이유는…넥슨 "엔씨 못 믿어"…엔씨 "지분 팔 속셈"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이사회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주주제안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며 엔씨소프트에 압박을 가했다. 넥슨은 지난달 말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며 직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넥슨은 비등기 임원의 보수 내역 공개, 자사주 소각,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등도 요청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넥슨 “이사회 참여하겠다”

경영 참여 선언한 넥슨, 주주제안서 공개한 이유는…넥슨 "엔씨 못 믿어"…엔씨 "지분 팔 속셈"
넥슨은 “지난 3일 엔씨소프트에 경영 참여 요구사항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며 관련 공문 내용을 6일 공개했다. 넥슨은 이 제안서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외에 추가적으로 이사를 선임할 때 넥슨 측 추천 후보의 선임을 요구했다.

넥슨은 또 김 대표의 특수관계인으로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비등기 임원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의 부인으로 엔씨소프트 부사장에서 최근 승진한 윤송이 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실질주주명부 열람도 요청했고 넥슨을 포함한 제3자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수익원을 발굴해 달라는 제안도 첨부했다. 넥슨은 증권가에서 민감한 이슈로 꼽히는 전자투표제 도입과 함께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 및 소각·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이익 환원 대책도 요구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8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차례로 매각하라는 요구는 투자 재원의 씨를 말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서울 삼성동 건물은 엔씨소프트에 상징적인 장소인 데다 현재 투자 수익률도 6%나 돼 괜찮은 상황”이라며 “전체 맥락을 다 무시하고 당장 넥슨을 비롯한 주주의 단기적 수익을 위해 우리의 현금 자산을 팔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넥슨이 주주제안서에 명시한 협업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넥슨이 슈팅게임 협업 방안으로 예를 든 ‘MMX프로젝트’(가칭)가 엔씨소프트의 핵심 가치인 기술 개발력마저 공유하려는 술수라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의 제안은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한 부당 행위”라며 “협업을 빙자한 기술 유출”이라고 했다.

◆넥슨-엔씨, 전면전 가나

넥슨은 이번 주주제안서 공개와 관련해 “지난 2년 반 동안 경영 참여 없이 엔씨소프트와 다양한 협업 기회를 모색해 왔으나 단순 투자자로서 역할이 제한된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에 민첩히 대응할 수 없었다”며 “엔씨소프트 및 협력 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투명한 소통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넥슨이 이처럼 민감한 내용의 공문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뢰할 만한 공식적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전격 공개’라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넥슨 관계자는 “구두 약속이 아닌 투명한 공개 답변을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와의 상생보다는 결국 지분 매각을 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이 일방적으로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경영권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다른 속셈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게임업계 양대 산맥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은 앞으로도 이런 명분 싸움을 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투자로 이익을 빼내는 데 능수능란한 넥슨과 대규모 온라인게임의 자존심과 전통을 이어가려는 엔씨소프트가 서로 시너지를 내려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