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수학자 일대기
오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사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군의 에니그마(24시간마다 2200만개의 암호 조합을 만들어내는 암호 생성기) 암호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실존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영국 의회 연설에서 튜링을 영국의 대표 과학자로 꼽을 만큼 영미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과학자이다.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원작으로 튜링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서술한 전기다. 튜링은 1912년 6월23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부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거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독학하는 등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책마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수학자 일대기
케임브리지대 킹스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연구를 계속하던 튜링은 1939년 영국 정부신호암호학교의 암호해독반 수석 책임자로 선출돼 독일 에니그마 암호체계를 푸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에니그마를 깰 기계 ‘봄베’를 개발했고, 1940년 독일군 기상 예보 암호문을 해독하며 대서양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튜링은 컴퓨터 개념을 창안하고 탄생에 기여했다. 기계가 지능이 있다는 것을 판별하는 방법인 이미테이션 게임을 만들어 인공지능 기계의 초석을 마련했다.

큰 업적을 이룬 인물이지만 그의 공은 한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전후 30년이 지난 후에야 드러났다.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 튜링은 1952년 중대한 외설 행위란 죄목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화학적 거세를 당한 뒤 1954년 6월7일 자택에서 독 사과를 먹고 자살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튜링이 세상을 떠난 지 59년 만인 2013년, 그를 특별사면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