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車·조선 '실적 디플레' 대비를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올 들어 처음으로 1900대 중반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일단 멈춤’ 상태다. 전문가들은 유가, 정책 등 대내외 변수가 많은 가운데 실적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맞춰 투자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대형주 네 곳 중 한 곳은 후진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시가총액 상위 100위 이상 대형주 43곳 중 25.6%(11곳)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적자를 본 회사도 포스코, 삼성물산 등 11곳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추정치를 포함해 대형주 28곳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뒷걸음질쳤다. 감소폭이 컸던 상위 종목엔 삼성전기(-99.64%), 삼성테크윈(-93.59%), 삼성중공업(-79.98%), 삼성전자(-31.97%)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포진했다. 현대차(-9.21%)와 기아차(-19.03%) 등 자동차뿐 아니라 이마트(-20.68%), SK텔레콤(-9.25%) 등 유통·통신주도 부진했다.

건설, 정유, 조선은 적자업종에 포함됐다. 대림산업, 에쓰오일, KT 등은 적자로 전환했고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작년 적자 규모는 3조3593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시장(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의 예상이다.

그나마 SK하이닉스(51.18%), LG디스플레이(16.67%), LG이노텍(130.6%) 등 정보기술(IT) 업종과 아모레퍼시픽(52.81%)이 대장주인 화장품주가 선전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영업이익은 추정치 대비 0.1%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5% 이상 하락했다”며 “실적 기반의 상승 탄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조선 여전히 안갯속

정유업종은 상반기 중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자동차, 조선업종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유주의 경우 유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반등의 불씨를 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유사들의 재고평가 손실이 지난 4분기 4000억~6000억원에서 올 1분기 2500억~4000억원으로 줄었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원유 수급 상황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에 힘입어 정유업종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9.08% 올랐다. 34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도 24.36% 상승했다.

반면 성장 정체에 빠진 자동차와 적자 늪에 허덕이는 조선업종의 실적 개선 시점은 전문가들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배당 확대가 투자심리의 추가 악화를 막았지만 재고가 늘고 있어 1분기 실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도 “세계 경기 둔화와 경쟁 격화, 신흥국 통화 약세로 올해 자동차업종의 이익 성장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종은 지난해 수주 부진과 선가 하락에 이어 올해는 유가 하락이 덮쳤다. 당분간 수주량 증가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상선 발주 속도와 규모가 예상보다 더뎌졌고 해양 플랜트 발주도 크게 늘기 힘들 것”이라며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기 전까지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