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발생 확률·파괴력으로 본 '2015 세계 증시 리스크'
올해 첫 달의 글로벌 증시가 마무리됐다. 작년 말 대비 세계 주가는 비교적 큰 폭인 평균 1% 정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하방 리스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지는 추세다. 세계경제포럼(WEF)을 비롯해 주요 평가기관들도 ‘발생 확률’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각각의 순위를 매긴 글로벌 리스크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WEF 등이 제시한 글로벌 리스크 가운데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5대 위험은 △국가 간 분쟁 △극단적 기상이변 △국가 거버넌스 실패 △국가 붕괴 위기 △높은 구조적 실업 순으로 나타났다. 발생 때 파급력이 가장 클 5대 리스크로는 △수자원 위기 △급속한 전염병 확산 △대량 살상무기 △국가 간 분쟁 △기후변화 대응 실패 순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될 만큼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글로벌 리스크는 ‘위기 후 과제(after crisis)’ 성격이 짙다. 선진국이 당면한 금융위기를 양적 완화 등 자국 이익에 편향된 대책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지속 성장 기반 등과 같은 구조 문제는 악화되고 지구촌 과제는 뒷전에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째를 맞았다. 오랜만에 국가 간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 확률이나 파급력 면에서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화에 대한 환멸은 대규모 테러 공격, 대량 살상무기 등으로 촉발된 국민감정과 함께 국수주의가 반영된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다자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발생 확률·파괴력으로 본 '2015 세계 증시 리스크'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술적 리스크의 대두와 새로운 경제환경의 영향으로 사이버 전쟁 등 종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신흥국 모두 성장과 고용 창출이 그 전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각국의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가 간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 리스크를 놓고 보면, 사이버 공격은 발생 확률과 파괴력 면에서 계속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사물인터넷(IoT) 등은 일상생활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다주지만 새로운 리스크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안에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해킹, 정보 유출 등이 적절하게 차단되지 않으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위험의 몇 배에 해당하는 대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처럼 정보가 세계로 즉시 전파되는 상황에서 신기술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의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경쟁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IoT 등의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 심화, 노동시장의 대규모 파괴 등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함께 키웠다.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는 대형 자연재해 등 파급력이 큰 환경적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우려된다. 앞으로 파급력이 큰 10대 리스크 중 3개가 환경적 리스크다. 수자원 위기, 기후변화 대응 실패, 생물학적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적 리스크는 경제·사회·환경적 발전으로 인해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국가 간 차이가 좁아지고 있지만 같은 국가 내에서는 커지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만성적 실업이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위화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안정을 저해하고 평등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다방향의 인과관계는 사회적 리스크를 더 다루기 어렵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안정감을 찾기 위해 국가 전체에 속하기보다 심리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집단에 속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시급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공공부문의 과다 부채와 고용 문제로 경제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실업 문제가 2018년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실업률은 임금 수준을 낮게 유지해 저물가 압력을 유발하고, 저물가는 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떨어뜨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으로 자산 가격도 버블 리스크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높아졌다. 자산 거품이 붕괴된다면 실물 경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많은 국가에서 공공부채 수준이 우려할 만큼 높기 때문에 경제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 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