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에게도 양의사들이 진단에 사용하는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하는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논의의 발단은 정부가 보건 의료 분야 규제를 풀겠다며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한데서 비롯됐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말 발표한 규제 기요틴에서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의사들은 반대, 한의사들은 찬성인 가운데 정부가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과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초음파 엑스레이는 불가하고 안압측정기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명확한 허용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판례에 떠넘기면서 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해야 할까요
○ 찬성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의무·권리”

대한한의사협회는 “보다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진료를 위해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인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규제 기요틴의 핵심은 한의 의료행위를 더욱 발전시키고, 날로 확대되는 세계 전통의약 시장에 한의학이 우뚝 설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복지부는 양의사들의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협박에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국민 건강과 한의학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한의사가 충분히 활용하고 있거나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는 일부 의료기기의 허용 발표를 규제개혁 대안으로 생색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규정을 고치고 법을 제정해서라도 한의학 발전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을 구속하는 속박을 벗겨내는 것이 규제 기요틴의 본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의협은 “양의사들은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하지만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오진을 막고 국민에게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며, 이것이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활용은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서 진단과 치료, 예후를 확인하는 객관적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기기 활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몇가지 의료기기 나열은 나머지 의료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개선이 아니고 개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반대 “오진 가능성 높아져 국민건강 위협 초래”

의사들은 국민 건강 등의 이유를 들어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 전문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 아래에서는 의료행위가 명확히 구분돼 있다”며 “한의사가 의학적 원리에 근거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의 의료 분야 규제 기요틴 정책에 반대하는 뜻으로 6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의사협회는 지난달 25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보건의료기요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기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 12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정당성을 묻자 93.9%가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주장한다. 허용할 경우 우려되는 것으로 76.2%가 오진 위험성을, 8.7%는 한방 진료및 치료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 8.5%는 한방 의료비가 상승할 우려가 높다 등으로 대답했다. 충북의대 한정호 교수는 한의대 교과과정 중 현대의학수업이 부실하다는 점을 들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건강보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생각하기 다양한 관계자 참여 논의기구 설치…치열한 토론 통해 허용범위 정해야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현대의료기기는 객관적 진단 결과를 제시하는 것과 결과를 두고 의료인의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한 것으로 나뉘어 진다. 과거 판례가 안압측정시의 한의사 사용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고 초음파나 엑스레이 사용은 위반이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런 기준에서 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자는 한의사에게도 허용하고 후자는 허용하지 않으면 된다. 물론 명확하게 나누기 곤란한 애매한 기기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지금처럼 정부가 마치 한의사에게도 전부 풀어줄 것처럼 해놓고 정작

한의사에게도 양의사들이 진단에 사용하는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하는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논의의 발단은 정부가 보건 의료 분야 규제를 풀겠다며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한데서 비롯됐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말 발표한 규제 기요틴에서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의사들은 반대, 한의사들은 찬성인 가운데 정부가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과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초음파 엑스레이는 불가하고 안압측정기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명확한 허용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판례에 떠넘기면서 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구체적인 기기 목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판례에 미루고 있으니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와 한의사 의료기기업체, 그리고 정부 관계자, 건보 담당자 등 관계인들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를 만들 필요가 크다고 본다. 여기서 의료기기 별로 한의사에 사용을 허용해도 좋은 범위를 치열하고 공개적 논의와 전문적 식견을 동원해 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뒷짐만 지고 있으면 양쪽 싸움만 격해질 뿐이다. 정부가 하루 속히 명확한 입장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