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기업의 미래, 메가트렌드 파악에 달렸다"
“미래를 읽으려면 개별 기술이 아닌 메가트렌드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업의 성공 여부도 메가트렌드 파악에 달려 있습니다.”

유럽을 대표하는 미래학자인 마티아스 호르크스 프랑크푸르트 미래연구소 소장(60)은 지난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향후 30년간의 메가트렌드를 분석한 ‘메가트렌드 2045’를 지난해 말 한국에서 출간했다.

그는 사회진화론 네트워크론 등 다양한 사회이론뿐 아니라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메가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빠르게 물건을 교체한다는 트렌드에 착안해 저렴한 가구를 제작한 이케아, 인터넷 기반의 ‘연결성’에 주목한 구글 그리고 세계화와 도시화, 개인화를 복합적으로 파악해 성장한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라고 언급했다.

호르크스 소장은 지금도 메가트렌드가 사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계는 우버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자동차업계가 ‘이동성’이라는 트렌드를 독점하던 시대는 차량공유 서비스의 등장으로 끝났다”며 “구매가 아닌 공유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패턴에 맞는 상품 개발이 자동차업계에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가전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고화질 TV나 스마트홈 등도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기술일 뿐 그 자체가 메가트렌드는 아니라고 했다. 호르크스 소장은 “가전업체들은 개별 기술 개발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미래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TV를 많이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르크스 소장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메가트렌드로 ‘여성화’와 ‘고령화’를 꼽았다. 그는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여성 소득은 남성을 넘어섰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에서도 여성 기술자 수가 늘어나 이미 서방 국가의 여성 기술자 수를 추월했다”며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화도 앞으로 사회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2010년 출생한 사람의 절반 이상은 99세까지 생존할 것”이라며 “의료 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노인’과 ‘일하는 노인’이 소비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빠르고 피상적인 소비에 무관심한 노년층을 위한 음식 여행과 예술 산업 등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화와 함께 진행되는 세계화의 흐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호르크스 소장은 강조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각각의 지역은 특색을 유지하면서 세계와 연결되는 과정을 경험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혁신정신’이 퇴보한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가 무너지고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아시아의 부상으로 새로운 분쟁이 생겨날 가능성도 커졌다”며 “30년 뒤에는 아시아 국가들도 유럽처럼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세계 부의 중심이 아프리카로 옮겨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르크스는…

독일 시사지 차이트와 템포·메리안 등의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 출신 미래학자다. 199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미래예측 싱크탱크인 미래연구소를 설립해 장기적 메가트렌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가트렌드 2045’와 ‘변화의 미래’ 등이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