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파와 공공혁신, 4대 개혁과 안전사회…. 지난해 이후 사흘이 멀다하고 강조돼온 국가적 과제들이다. 한결같이 그 중심에 공무원이 있다.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규제개혁도 헛구호다. 올해 국정목표인 노동 등 4대 개혁도 결국은 공무원이 추진한다. 공무원 연금개혁은 공직자가 그 대상이다. 면피주의,적당주의 분위기에서라면 개혁은 요원하다.

공무원들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자발적으로 일하게 하는 시스템은 갈수록 중요해진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밝힌 감사행정의 방향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한다.(본지 1월29일자 A1, 4면 참조) 황 원장은 “공직자가 인허가 등 업무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면 비리에 준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동의 소극행정은 늘 지적돼온 폐단이지만 좀체 근절되지 않는 악습이다. 세월호처럼 큰일이 벌어진 뒤에는 오히려 심해지는 해묵은 보신 기제다. 과도한 신분보장도 그래서 재검토할 때가 됐다.

소극행정 근절책만큼 중요한 게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이다. “거쳐야 할 과정을 다 거치고, 가능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 흔적이 없다면 결과가 좋지 않아도 면책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다. 기업 경영자가 최선을 다한 권한 내 행위의 결과로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책임은 묻지 않는 소위 ‘경영판단의 원칙’을 공직에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백번 옳다. 이렇게만 해도 소극행정은 줄어들 것이다. 설거지하다 깬 그릇까지 다 책임지라는 문책이 공무원들은 두려운 것이다.

적극행정에 대한 과감한 면책과 소극행정에 대한 엄단으로 공직자가 일하는 풍토로 개혁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인다면 황 원장도 밝혔듯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퇴직만 하면 잘못이 다 정리되는 풍토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퇴직자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분명히 물을 때 공공부문 경쟁력은 올라간다. 감사원장이 강조한 면책제도와 경영판단의 원칙은 법원도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인이 한국 특유의 배임 혐의에 걸려드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