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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직원에게 방사선 업무를?… '직장맘' 회사와 맞붙은 사례 6

입력 2015-01-29 11:44:01 수정 2015-01-30 09: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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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인데 언제까지 다닐 거냐고 눈치를 주네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다 쓰려면 사직서도 같이 써놓고 가라네요", "아이를 생각하면 그만둬야 할 것 같고 그만두자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고민이예요" 돈벌이와 육아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워킹맘들. 회사에서는 나가라고 눈치를 주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실제로 퇴사를 권고하는 회사도 많다고 직장맘들은 호소한다.

직장맘들의 고민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인 임신 시기부터 출산, 육아의 전 시기에 걸쳐 이어진다. 지난 2012년 개소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는 작년 9월까지 전화, 내방, 온라인을 통해 총 3893 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 센터의 3년간 상담 통계에 의하면 출산·육아로 인해 회사의 눈치를 보고, 심지어 사직을 권고 받은 경험이 있는 엄마들이 많다.

상담 내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 하는 것이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고민으로, 이는 전체 상담에 66%에 달했다. 그 뒤는 노동권(16%), 육아 등 가족관계 고충(13%), 심리정서 등 개인적 고충(5%)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로 상담해온 직장맘들의 여섯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출산 준비 중 해고를 통보 받은 직장맘

구립 어린이 도서관에서 근무 중인 A는 출산 예정일 2달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정규직으로 당시 근무기간은 3년 정도였다. 임신 중인 A는 출산전후휴가를 가기 위해 2달 전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이달말까지만 일하라는 구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업무처리가 미진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회사는 사유서에 몇 장을 보여주며 서명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에 직장맘 A는 그 중 업무상 작은 실수를 한 것에 관한 1장 만을 인정하고 이에 서명했다. 해당 도서관 관장은 출산전후휴가도 자신이 확인서를 써주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며 겁을 주기도 했다.

직장맘지원센터와의 상담은 12차례까지 이어졌다. A는 상담사의 조언에 따라 관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그 내용을 녹음했다. 녹음된 파일에는 출산전후휴가를 다녀온 후, 권고사직 형식으로 실업급여를 받고 마무리 하자고, 사직서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결국 A는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확답받았고, 관장이 먼저 사직을 권고했으니 추후 실업급여를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마무리 됐다.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이를 빌미로 협상을 하는 회사의 잘못된 행태가 두드러진 사례였다.



사례 2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쓰고 싶은데, 회사는 출산전후휴가만 사용하라고 강요받은 직장맘

출산 예정일을 앞둔 B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둘 다 쓰고 싶지만, 출산전후휴가만 사용하라는 회사 측의 강요를 받았다. 회사 측은 B가 임신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출산전후휴가를 쓸거냐고 물어왔고, 이에 그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후 B가 육아휴직을 요청하자 회사는 "출선전후휴가를 쓰는 것도 좀 그런데, 육아휴직까지 쓰려고 하냐"라며 "그냥 나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B는 직장맘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주지 않을 때 위반되는 법적 사항에 대해 회사 측에 전달했다. 이를 들은 회사는 태도를 바꿔 둘 다 쓸 수 있도록 결정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출산전후휴가 90일과 육아휴직을 주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해고시 부당해고로 처리된다.

사례 3 임신 사실 자체를 회사에 알리는 것이 두려운 직장맘

임신 6개월차인 C는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렸을 경우 퇴사하라고 할까봐 걱정이 된다며, 현재 회사에서는 동료근로자 1명을 제외하고 임신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고 밝혀왔다. 그 회사의 관행 상 임신하면 퇴사했다고 하며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출산 예정일 전달까지만 근무하고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길 원했으며, 6차례나 상담을 요청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회사가 출산휴가를 2개월만 주겠다고 하자, 정작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상담원은 출산휴가는 반드시 90일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상담원의 이런 조언에도 그는 회사의 눈치가 너무 보여 반박할 수 없다고 회사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사례 4 임신 7개월째에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은 계약 근로자 직장맘

임신 7개월째인 계약근로자 D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이 힘들다는 통지를 받았다. 출산 예정일은 계약기간 만료 후 3개월 후인 상황이어서 이런 상황에도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는지 직장맘지원센터에 문의해왔다.

계약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출산전후휴가는 계약기간 만료일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는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계약이 출산 3개월 전 만료되는 D는 출산 45일 전부터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사례 5 출산전후휴가 2주를 앞두고 해고를 당한 직장맘

직장맘 E는 직원 전체가 보는 앞에서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사업주는 출산전후휴가 사용 가능 시기 2주 전까지만 근무하라고 해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경력단절예방지원단 소속 노무사와 서울직장맘지원센터의 상근 노무사가 공동으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유서를 제출하고, E와 사업주, 회사측 노무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사관 등이 여러 차례 협상한 끝에 심문회의 3일 전에 화해에 이르렀다.

그 결과 E는 출산전후휴가 90일, 육아휴직 1년, 실업급여를 받게 됐다. 퇴직금 지급에 대해 계속 문제 삼던 회사 측은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의 퇴직금은 주지 못하겠다고 주장했고, E는 그 기간에 퇴직금은 진작에 받을 생각이 없었다며 이를 수용했다.

사례 6 임신한 직장맘에게 방사선 업무를 몰아준 병원

치과위생상인 직장맘 F는 시립병원에서 1년 7개월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전환 후 임신 사실을 이야기하자 병원 측은 전에는 F가 담당하지 않던 방사선 관련 업무를 몰아주기 시작했다. 태아가 걱정된 그가 이러한 병원의 행위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시하고 직장맘지원센터에 상담을 의뢰했다.

인터넷 글이 이슈가 되자 병원의 감사실장이 직장맘을 찾아와 요구사항을 물어보고 글을 삭제하면 들어주겠다고 말해 그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업무를 하지 않게만 해달라고 요청했다. F는 남편과 의논 끝에 글을 내리는 조건 세 가지를 정해 감사실장에게 전달했다.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는 업무로의 전환, 합리적인 업무분장, 해고 등의 불이익 및 각종 법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였다. 이런 협의는 통화로 진행됐고 F와 그의 남편은 이를 녹음해 증거로 남겼다. F는 이 통화 후 글을 내렸다.

그후 회사에서는 그를 방사선 업무에서 제외시켜 준 것 외에는 다른 업부분장이 없었지만, 입덧이 심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이 미칠까봐 걱정이 된 F는 더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에서 병원으로 조사를 나온 뒤부터 F가 요청하면 조퇴도 하게 해준다고 한다.

<참조 - 서울시 직장맘 종합 상담 사례집>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
입력 2015-01-29 11:44:01 수정 2015-01-30 09:27: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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