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영은 “작년 첫 우승 이후 샷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올해에는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윤채영은 “작년 첫 우승 이후 샷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올해에는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윤채영(28·한화)에겐 늘 ‘미녀 골퍼’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72㎝의 키와 늘씬한 몸매, 시원한 드라이버샷은 갤러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미녀라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그는 움츠러들었다.

“드라이버샷을 치기 전에 선수들을 소개하잖아요. 그때 보통 우승 이력을 언급하는데 저에 대해서는 항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홍보 모델 정도가 끝이었어요.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느낌이었죠. 외모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윤채영은 지난해 7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지만 미녀 골퍼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투어 생활 9년 만에 이룬 첫 우승. 159전160기였다. ‘골프여제’ 박인비(27·KB금융그룹), 김효주(20·롯데), 백규정(20·CJ오쇼핑) 등 쟁쟁한 선수들을 밀어내고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주변 친구들은 다들 1승 이상씩 해내는데 나만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이 컸어요. 과거에도 수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에 무너졌죠.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는데 이번엔 마음을 비웠어요. 살 떨리는 승부에서도 순간순간 집중하는 능력을 키운 것 같아요. 그토록 바라던 1승을 했으니 이젠 부담을 덜고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승 이후 그는 톱 클래스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렀다. 윤채영은 “난 어렵게 우승했는데 효주는 예선 통과하는 것처럼 쉽게 하더라”며 “어린 후배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클럽을 야마하로 바꾼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겨울 다양한 클럽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야마하 아이언이 마음에 들었다”며 “다양한 구질을 조정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투어 10년차. 윤채영은 선수들 중에서도 맏언니 대접을 받는다. 그는 “이젠 노장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데, 실제로 대회에서 명단을 살펴봤더니 내 위로 10명밖에 없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우승 이후 골프가 즐겁고 오래오래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루키 때만 해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하겠다는 큰 꿈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투어를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꿈이 작아지는 게 싫었어요. 우승 이후 초심을 다시 찾은 것 같아요. 해외로 진출하기엔 늦었지만 기회가 생기면 딱 1년만이라도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윤채영은 소속팀인 한화와 재계약을 하고 이달 초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는 하루 5㎞ 이상을 뛰고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하고 있다. 체력이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전에서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예전엔 20대 후반에 하고 싶었지만 우승을 하고 나니 오히려 골프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그중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이 가장 탐난다고 말했다. 윤채영은 “아직은 시합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오랫동안 바라던 걸 얻어 자신감도 생겼으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올시즌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