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급기야 전경련은 내년부터 최소 6년 동안 대학 졸업생이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들어가기 어려워지는 ‘고용절벽’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통상임금도 확대되는 추세여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늘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못 해 졸업을 늦추는 학생이 더 넘쳐나게 생겼다.

당장 올해 취업사정도 여의치 않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305개사 가운데 올해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180개사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의 채용 규모는 올해 2만2844명으로 작년(2만3385명)보다 적다. 이들 중 31%인 56개사가 채용인원을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10대 그룹의 대졸 신입공채도 줄어들 전망이다. 2012년 이후 3년째 감소세다. 이미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이 지난해 9%로 올라간 상황이다. 고시 준비생, 아르바이트 학생 등까지 감안한 ‘사실상 실업’률은 11.2%나 된다. OECD 평균치 15.1%(2014년 9월 기준)와 큰 차이가 없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이 통상 20%대에서 높게는 50%를 넘는 청년실업률에 신음하는 모습이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 도요타가 임금개혁에 나선 것을 주목한다. 성과급제로 전환하고 중장년 근로자의 임금을 낮춰 신입사원 임금을 올리고 채용규모도 늘린다는 것이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깨지 않으면 고용여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이 보인다. 반면 한국은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일본보다 400만원이나 높다. 현대차·기아차는 기존 직원의 평균연봉이 9460만원이나 된다. 1인당 소득은 일본의 62%인데 연봉은 일본보다 높은 고비용 구조다. 고용이 늘어날 수 없다.

끝이 안 보인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유통·서비스 등 새로운 고용 창출 부문은 막혀 있다. 해외시장조차 여의치 않다. 그런데도 국회는 정년만 연장해 놓고는 임금피크제 같은 보완책은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은 까마득하다. 기존 정규직 노조는 기득권을 붙들며 비정규직 취업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미 올 데까지 왔다. 노동시장을 확 바꾸지 않으면 고용이 나올 구멍이 없다. 청년실업률이 20%로 치솟아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