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賃金 대수술'…청년층 더 주고 장년층 덜 준다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26년 만에 생산직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다. 청년층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정기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분 축소 및 성과급 확대, 60세 이상 정년 후 재고용되는 베테랑 직원의 처우 개선 등이 골자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게 우수한 청년과 고령층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도요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일본 대기업 생산 현장의 경직적인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최근 노동조합에 2016년 1월 도입을 목표로 새로운 임금체계 개편안을 제시했다.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체계 변경은 완전한 연공서열에 일부 성과급 요소를 반영했던 1989년 개편 이후 26년 만이다.

이번 임금체계 개편 대상은 공장과 주행시험 등에 종사하는 18세 이상 65세 이하의 생산직 직원 4만여명이다.

핵심은 저출산으로 인력 확보가 힘들어진 청년층 근로자의 임금을 수당 증액을 통해 인상하는 것이다. 배우자 수당을 어린이 수당으로 대체해 육아 세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60세 정년 후 재고용되는 베테랑 직원의 처우도 개선한다. 현재는 65세까지 재고용하면서 퇴직 때 임금의 절반 정도만 주고 있지만 기술력이나 리더십이 우수한 정년 퇴직자에 대해서는 정년 때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일본은 2013년 4월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정년퇴직자가 희망할 경우 기업이 65세까지 의무적으로 재고용해야 한다.

도요타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청년층에 대한 처우 개선과 능력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으로 인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금체계 개편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는 정기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 축소와 성과급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충당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생산 현장에서 연 2회 생산성과 팀워크 평가를 할 예정이다. 성과급의 상하한선을 지금보다 확대하고 30세 이후에는 인사평가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

도요타가 생산직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청년층 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현재와 같은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를 유지해서는 생산성 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막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도요타 생산직 직원의 평균연령은 40세로, 현재 약 20%인 50대 이상 비율이 20년 뒤인 2035년에는 30%를 웃돌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요타의 움직임은 일본 정부의 요구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소비 회복을 위해 임금 인상과 함께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를 바꿀 것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연공 서열의 임금체계를 재검토해 노동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 선순환을 위해선 임금 수준과 체계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재계와 노동계는 올해 임금 인상 협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양측은 26일 ‘게이단렌 노사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29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과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일본노동조합 총연합회)의 고가 노부아키 회장이 회담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해 요구한 기본급 ‘1% 이상 인상’을 크게 웃도는 ‘2% 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게이단렌 측은 임금 인상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기본급 인상보다는 기업 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성과급 등 일시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