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옛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SDI의 주가가 지난 4분기 영업실적 발표 이후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올 1분기와 연간 실적 전망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종목포커스]삼성SDI, 너무 다른 실적 전망에 '갈팡질팡'
삼성SDI의 사업부문은 현재 소형전지·자동차전지 등을 만드는 에너지솔루션, 합성수지·인조대리석 등을 생산하는 케미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판매하는 전자재료 등으로 구분된다. 에너지솔루션 분야의 매출 비중이 약 69%, 케미칼과 전자재료 사업이 각각 20%와 11% 가량 차지하고 있다.

◆ 일주일째 오르던 주가, 4분기 실적 공개 이후 '멈춤'

삼성SDI는 27일 오후 1시38분 현재 보합권인 12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내내 보합선을 경계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날 내놓은 4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19.7% 성장한 1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선 3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의 예상치는 390~420억원 정도였다.

이 회사 주가는 실적 발표 직전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 이 기간에만 주가가 약 15% 뛰었다. 기관도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엿새 동안 '사자'를 외치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지만, 올 1분기와 연간 실적의 경우 전문가 예상치가 눈에 띄게 엇갈리고 있다. 앞으로 주가 향방도 고민에 빠진 셈이다.

◆ "1분기,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증가" vs "10% 정도 감소할 듯"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5% 증가한 38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갤럭시S6의 글로벌 판매가 시작되는 2분기 이후로 예상했다.

동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DB대우증권, HMC투자증권 등도 '지난 4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전망, 탄탄한 1분기 실적 전망을 잇따라 내놨다.

반면 이트레이드증권이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은 전기보다 10% 줄어든 336억원으로 분석됐다. 배터리 사업부가 감익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대형 전지 매출이 정체되면서 전분기 수준의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형전지에서 이익이 약 60억원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도 각각 338억원과 334억원으로 10% 가량 감익을 예상했다.

키움증권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07억원으로 더 적다. 이는 전기보다 17%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 증권사는 "소형전지의 경우 라인 조정 탓에 수익성이 소폭 저하될 것이고, 케미칼 사업부가 유가하락과 비수기 영향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벌어지는 2015년 연간 전망

엇갈린 1분기 실적 전망에 따라 연간 예상치도 제각각이다. 증권사별로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800억원 가까이 이익 전망치가 벌어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삼성SDI의 2015년 연간 예상 영업이익을 2250억원으로 분석했고, KTB투자증권은 이보다 더 많은 2348억원으로 내다봤다. KTB증권은 "이는 전년보다 66% 증가한 수준으로, 비교 대상인 2014년 실적은 1분기 옛 제일모직 실적을 합산한 수치(3분기 합병)"라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의 경우 기존 전망치에 비해 20.8%를 더 상향 조정한 2353억원으로 제시,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증권사는 "편광필름, 반도체소재 위주로 전자재료 부문이 성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고, 폴리머전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하반기에 소형 2차전지 개선 그리고 중대형전지의 매출 증가로 손실이 2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전년보다 93% 증가한 2530억원, 신한금융투자는 263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현대증권은 특히 가장 높은 수준인 3016억원을 올해 영업이익 달성 가능 수준으로 판단했다. 하나대투증권은 기존 예상치 3168억원을 대폭 하향 조정해 2468억원으로 낮췄다.

하나대투증권은 "원·달러 및 엔화 환율 약세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전지 부문 실적 개선이 더딘 것이 전 사업부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더불어 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전기차 수요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형 전지 부문의 영업적자는 2014년 약 2200억원에서 2015년 2000억원 초반으로 줄어들 것이지만, 기존 예상 수준인 1000억원 초반에 비해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