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아이돌은 韓流 첨병…음악 전문가들이 완성해야죠"
“아이돌 가수는 한류를 퍼뜨리는 ‘첨병’입니다. 하지만 한류를 완성하려면 결국 프로듀서 같은 ‘기술자들’이 진출해 그 나라에 실정에 맞는 회사를 차려야 해요.”

JYP엔터테인먼트 공동 창업자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센트럴인터내셔널트레이드센터(CITC)에서 만났다. 방 대표는 요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데리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10년 숙원이었던 중국 시장 진출을 이제 막 시작했다. 여전히 참 어려운 곳이지만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방 대표는 가수 비, 박지윤, 2AM, 다비치 등의 히트곡을 만든 스타 프로듀서다. 경기고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수재인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다. 대학 시절에는 공부가 재미있어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의 길을 걸으려 했다. 하지만 음악적 재능은 감출 수 없었다.

“우연히 친구에게 전자악기 몇 개를 빌려 계속 만져보는데 어느 날 곡이 써지더라고요. 작곡가는 작곡을 하려고 태어난다고, 제가 그런 경우인가 봅니다.” 그가 쓴 곡은 알음알음 퍼져 결국 가수 겸 제작자 박진영 씨에게까지 닿았고 둘은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방 대표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개념조차 없던 매니지먼트 ‘사업’을 ‘산업’으로 바꾸기 위해 진영이 형과 시장을 개척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JYP엔터의 전속 프로듀서로 일하다 2005년 독립해 빅히트엔터를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방 대표가 ‘작곡하는 아이돌’ 빅뱅을 벤치마킹해 만든 그룹이다. 흑인음악에 뿌리를 둔 그는 ‘총소리가 난무하는 무법지대·빈민가 등에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자’에 착안해 그룹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6년여 전부터 기획해 멤버를 발굴하고 지난해 음반을 발매했다.

“본인 음악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과 그냥 남의 음악을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다가오는 진정성과 느낌이 달라요.”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을 데리고 아시아 각국 투어를 진행 중이며 이달부터는 오는 3월21일 마스타카드센터에서 선보일 콘서트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방 대표는 중국 부동산 그룹 ‘블루메이즈’와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CITC에서 진행한 방탄소년단 콘서트 프로모션에는 자오얀 블루메이즈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CITC, 마스타카드센터 등이 블루메이즈 소유 건물이다. 지인 소개로 블루메이즈 관계자들을 만나 우연히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중국 진출의 디딤돌을 놨다.

방 대표는 “자오 회장이 미술, 공연, 스포츠 사업에 관심이 많아 빅히트엔터의 역량을 어필하면서 지원을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인터넷기업과도 관계를 쌓으며 콘서트 인터넷 생중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방 대표에게 힘을 보태는 것은 커지고 있는 사세(社勢)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기업 그룹으로 전환 중인 씨그널정보통신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씨그널은 앞서 방송콘텐츠 기업 유니원아이앤엠을 인수했으며 빅히트엔터를 인수할 예정이다. 씨그널은 방 대표뿐 아니라 김정상 전 시네마서비스 대표, 김 대표의 여동생인 김정아 전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대표 영입도 마쳤다. 방 대표는 “중국은 결국 드라마로 공략해야 한다”며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합류할 여러 배우를 동원해 드라마와 예능을 만들고, 이를 인터넷 등으로 퍼뜨려 판권을 파는 게 현재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