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넷 뉴먼의 ‘블랙파이어Ⅰ’ (289.5×213.3㎝) 1961년작
바넷 뉴먼의 ‘블랙파이어Ⅰ’ (289.5×213.3㎝) 1961년작
1950년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운동을 주도한 바넷 뉴먼(1905~1970)은 자신의 작품을 미적으로 인식하는 ‘그림’이라기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사물’로 간주했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신비감과 숭고함을 체험하기를 원했다. 작품을 제작할 때 자신이 체험하고 쏟아낸 광신적, 열광적 감정을 관람객들도 동일하게 느끼기를 기대했다.

‘블랙파이어Ⅰ’은 검은색과 연노란색 화면에 달랑 검은 수직선 하나로 이뤄져 있다. 뉴먼은 거대한 단색의 색면을 가로지르는 수직선을 ‘지퍼(zip)’라고 불렀다. 두 개의 색면에 하나의 수직선을 그려넣어 크기, 모양, 색채에 관계없이 모든 것은 두 개가 아닌 ‘하나’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체의 구성을 포기함으로써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형상이 제거된 화면은 소멸되거나 중첩돼 실재의 공간 속에서 하나의 ‘사물’로서 존재할 따름이다. 이 그림은 작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416만달러(약 910억원)에 팔려 추상화로는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