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후유증 만만찮네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이 두 달째 합병 무산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합병 추진을 선언한 이후 양사는 약 100명의 직원을 뽑아 통합 후 사업계획을 짜는 전담팀을 꾸렸다.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방안을 깊이 있게 고민했다. 부문별 비용 절감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11월19일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 같은 방안은 창고 신세를 지게 됐다. 유가 하락 영향으로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합병 무산 후유증으로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합병 무산 이후 각각 28.5%, 46% 빠졌다. 작년 연중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유가 80달러가 손익분기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이 무산된 건 합병에 반대해 소유한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하는 주주가 많아서다. 당시 시장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에 호재, 삼성엔지니어링엔 악재”라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중공업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합병 자금 부담을 덜어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계 경기 회복 둔화와 중국 성장 둔화, 유가 하락 여파로 양사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두 회사 모두 합병 무산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했던 이유는 플랜트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슬림화와 통합 자재 구매 등으로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분야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등 육상 플랜트 분야에 강점이 있다. 중복으로 구매하는 기자재만 통합해도 연 100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플랜트 사업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유가를 통상 배럴당 80달러로 보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 발주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3사 중 해양 플랜트 비중이 가장 높고 수주 잔액은 적어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연간 수주 목표액은 150달러지만 실제 달성한 금액은 73억달러였다. 해양 플랜트 수주는 당초 예상한 89억달러 중 32억달러에 그쳤다. 공정 지연 등으로 5000억원 이상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후유증 만만찮네
○힘 받는 합병 재추진설

문제는 올해도 조선플랜트 업계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조선업계 수주량을 지난해보다 12% 감소한 950CGT(선박의 무게에 부가가치 등을 곱해 산출한 단위), 수주액은 14% 감소한 25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유가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사 모두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서 합병 재추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합병이 무산되면 통상 6개월 뒤 재추진하는 관례에 비춰 이르면 상반기 중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의 해양생산설비 사업에 삼성엔지니어링 설계 인력 200여명이 파견된 것도 합병을 염두에 둔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하반기 나이지리아에서 추진하는 에지나 FPSO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삼성엔지니어링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주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기업이 경영 효율을 높일 목적으로 추진한 합병을 포기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며 “플랜트 쪽 시황이 어려운 만큼 경영 정상화 측면에서 합병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