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수의 '스타크래프트 경영'
태양광 기업 웅진에너지는 작년 10월과 11월 영업 흑자를 냈다. 업황이 극도로 좋지 않아 적자를 계속 내다가 거둔 성과다. 올해부터는 연간 단위로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웅진에너지의 수익이 개선된 것은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여 생산단가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웅진에너지는 신광수 사장이 지난해 8월 대표로 선임됐다. “태양광 사업을 꼭 살려라”라는 윤석금 회장의 특명을 받고 웅진홀딩스에서 자리를 옮긴 그는 대전 신탄진 웅진에너지 공장에 내려가 원가 절감에 주력했다. 장기 공급계약으로 가격과 물량이 이미 정해진 만큼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생산라인 근로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1990년 후반부터 큰 인기를 모았던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빗대 회사 방침을 설명하기로 했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20~30대 젊은 근로자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경쟁 상대인 중국을 ‘인건비나 전기료가 싸고 물량으로 승부하는 저그 종족’으로 비유했다. 웅진에너지는 ‘생산 비용을 많이 쓰지만 고도화된 프로토스 종족’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그를 이기는 방법은 테크트리(문명)를 발전시켜 고급 유닛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며 “프로토스가 저그처럼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고 강조했다.

젊은 근로자들은 신 사장의 설명을 바로 이해했다. 이들이 중심이 돼 공정 개선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한 직원은 잉곳(금속덩어리)을 잘라 얇은 웨이퍼로 만들어 옮기는 과정에서 고무 소재의 성인용품을 끼우자는 의견을 냈다. 기계가 회전할 때 헛도는 일을 방지하는 데 딱 들어맞는다는 의견이었다. 공정에 적용했더니 웨이퍼 생산속도가 기존 2만5000장에서 7만장으로 급증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