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춘추전국시대다. 배달통이 2010년 첫 스타트를 끊은 지 5년 만에 음식배달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컸다. 그러나 이제 막 개화한 배달앱 시장은 판을 더 키울 모양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빅3'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에게 도전장을 낸 후발주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배달앱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CEO들의 얘기를 5회에 걸쳐 담는다. <편집자 주>
[배달앱 춘추전국시대 ④]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 "뻔한 배달음식 NO…가로수길 브런치를 안방으로"
[ 최유리 기자 ] 가로수길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먹고 싶지만 민낯으로 나설 용기는 차마 나지 않는다. 따끈한 어묵꼬치 생각이 간절하지만 칼바람 외출만은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침은 제육볶음, 점심은 짜장면, 저녁은 치킨, 뻔한 배달음식에 물렸지만 기존 배달앱에는 답이 없다.

배달하지 않는 음식점을 공략한 푸드플라이는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음식점 중계 역할에 배달 서비스를 붙이면 가능한 일이었다.

기존 배달음식 업체에 동승하기보다 직접 오토바이 헬맷을 쓴 푸드플라이는 임은선 대표와도 닮아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트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를 만나 그의 도전기를 들어봤다.

◆ "레스토랑에 날개를 달다"…음식점 중계와 배달을 '하나로'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푸드플라이는 배달앱 후발주자다. 출발은 늦었지만 시장의 가능성은 충분했다. 선두그룹이 배달음식 시장을 절반도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배달앱 춘추전국시대 ④]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 "뻔한 배달음식 NO…가로수길 브런치를 안방으로"
더욱이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으로 차별화하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배달비를 따로 내려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강남이라는 지역 특수성에 임 대표는 베팅했다.

"강남은 음식점도 다양하고 주야간 인구 밀도가 꾸준히 높은 곳입니다. 배달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데 심부름 서비스가 보편화돼 유료 배달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푸드플라이의 테스트베드로 이보다 좋을 순 없었습니다."

임 대표는 곧바로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라이더'들과 한 식구가 됐다.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라이더가 음식을 찾아 배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e커머스와 택배를 결합한 것.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상품을 파는 곳과 배송하는 택배업체가 분리돼있습니다. 배달 서비스에 따라 상품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음식은 다릅니다. 음식의 맛이 배달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중계와 배달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앞으로는 두 서비스를 모두 이해하는 배달앱이 경쟁력을 가질 거라고 봅니다."

◆ 거래금액 매년 2배 성장…배달 지역·품목 확대 '시동'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했던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면서 푸드플라이는 덩치를 키워갔다. 2013년 55억원을 기록했던 거래금액은 지난해 2배 이상 늘었다. 소비자들과 통하니 베니건스, 비비고 등 대형 프렌차이즈들도 푸드플라이에 손을 내밀었다.

[배달앱 춘추전국시대 ④]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 "뻔한 배달음식 NO…가로수길 브런치를 안방으로"
"푸드플라이를 통해 음식을 배달시킨 이용자들을 보면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6000~7000원의 배달비를 지불하더라도 푸드플라이를 계속 찾는 것이죠.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던 레스토랑이나 숨은 맛집을 고객과 연결시켜 준 것이 적중했다고 봅니다."

사업 모델을 정착시킨 푸드플라이는 향후 여러 지역으로 발을 넓힐 예정이다. 강남과 지역적 특징이 유사한 경기도 분당 등을 유력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소형 생필품을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 품목도 확대할 계획이다. 탄탄한 배달 인력을 활용하면 중소형 마트부터 애견숍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임 대표의 판단이다.

"중·대형 물류 시장은 지배적인 사업자가 있는 반면 소형 물류 시장은 개인 사업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배송 시간과 가격은 철처히 공급자 중심이고 서비스가 불친절한 경우도 있죠. 이들을 푸드플라이의 비전으로 끌어들이면 시너지 효과가 클 거라 봅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