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귀환, 녹슬지 않은 럭셔리…벤츠 '별중의 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한때 ‘회장님의 차’로 명성을 떨치다 2012년 생산이 중단된 독일 다임러그룹의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몸값도 3억원대로 낮췄습니다. BMW도 대항마로 9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롤스로이스, 벤틀리가 독차지했던 3억~5억원대 고급차 시장에 격랑이 일 전망입니다.

4년만의 귀환, 녹슬지 않은 럭셔리…벤츠 '별중의 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돌아오는 마이바흐는 한 단계 몸을 낮췄습니다. 다임러그룹의 승용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S클래스 서브브랜드로서 정식 이름은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입니다. 벤츠는 고성능차 브랜드인 AMG도 ‘메르세데스 AMG’로 재편해 통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예전 마이바흐는 독일 다임러그룹의 최고급 독립 브랜드였습니다. 콘셉트는 ‘한 사람을 위한 차’였죠. 가격대는 7억원대부터였지만 운전대를 감싸는 가죽부터 실내 향수 분사기까지 수백 가지 인테리어 선택사양을 갖춘 데다 소유자 취향에 맞춰 외부 디자인이나 동력 계통까지 조정할 수 있어 최종 가격은 10억원이 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자는 영국의 최고급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팬텀이었습니다.

오는 2월 출시되는 마이바흐는 기본가격을 S600 18만8000유로(약 2억3600만원), S500 13만4000유로(약 1억6800만원)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옵션을 추가하면 3억원을 훌쩍 넘을 수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대폭 낮아졌습니다.

루츠 레겔만 벤츠 상품·마케팅 전략총괄은 “최고급 제품을 사용하고 싶고 재력도 충분하지만 과시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을 위한 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전 마이바흐는 거의 모든 제작을 수작업으로 하는 데다 주문에 맞춰 생산하다 보니 가격이 높고 생산량도 적었습니다. 2002년 출시 이후 10여년간 판매량은 3400여대에 불과했습니다.

국내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이 타는 차로 알려졌죠. 이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미지도 있었습니다. 마이바흐를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로 재정립한 것은 대중성을 높여 판매량과 수익성을 늘리려는 시도로 분석됩니다. 벤츠는 올 상반기 중 마이바흐 S600보다 한 단계 위의 리무진 모델인 풀만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마이바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가운데 라이벌 BMW도 2017년께 마이바흐와 비슷한 5.5m 길이의 9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3억원 이상 고급차 시장에서 영국의 롤스로이스(독일 BMW그룹 자회사), 벤틀리 등과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예상됩니다.

마이바흐라는 이름의 유래는 자동차가 발명된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을 발명한 사람 중 하나인 빌헬름 마이바흐의 이름을 딴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의 다임러그룹은 1886년 칼 벤츠가 설립한 벤츠와 1890년 고틀리프 다임러가 창립한 다임러가 1926년 합병해 탄생한 회사입니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고틀리프 다임러와 함께 일하던 엔진 공학자입니다. 1901년 프랑스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다임러에게 우승을 안겨준 ‘메르세데스’라는 고성능 차량의 설계자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어로 ‘자비로운 마리아’를 뜻하는 메르세데스는 이후 다임러그룹의 대표 브랜드가 됩니다. 이 때문에 마이바흐는 회사에서 설립자 중 한 사람으로 대우받기도 합니다.

빌헬름의 아들인 칼 마이바흐는 1921년 독자적으로 고급차 회사 마이바흐를 설립·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마이바흐는 12기통 엔진에 200마력의 출력을 내는 ‘마이바흐 제플린 DS8’ 등을 만드는 럭셔리 업체로 명성을 떨치다 1941년 다임러그룹에 합병됐습니다.

다임러그룹이 2002년 마이바흐라는 독자 브랜드를 내놓은 건 이런 전통의 계승이었습니다. 그 마이바흐를 10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시킨 것은 정말로 비통한 결정이었을 겁니다. 3세대로 돌아온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는 그만큼 비장한 각오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