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책 100권에 담긴 인류 지성사
“‘책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가 과거에는 책이 어떠했는지 굳이 돌아보는 한편 나아가 문자 통신의 미래에 관한 갖가지 추측까지 살펴보는 데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00권의 책을 통해 인류의 방대한 책의 역사를 조감하는 《이것이 책이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영 도서관 자문위원, 도판 검색 전문가 등 책과 평생을 함께하며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저자들이 책의 역사를 살피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는 자명하다. 책은 죽지 않았고, 앞으로도 죽지 않을 것이어서다.

저자들은 폭넓고 다양한 기준과 원칙으로 100권을 선정했다. 주로 재료와 판형, 양식 등에서 인류의 책 제작사(史)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지식과 예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책들이다. 선사시대 인간이 개코원숭이의 종아리뼈에 기록해 놓은 ‘콩고의 이상고 뼈’와 엘 카스티요 동굴벽화부터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0.5㎟의 금박 실리콘 위에 새긴 ‘모세 5경’ 등 ‘광의의 책’부터 역사상 가장 분량이 많은 책, 가장 처음 만들어진 어린이 책, 인류 최초의 요리책, 가장 오래된 인쇄본 등을 생생한 컬러 도판과 함께 소개한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을 망라하고 종교, 철학, 범죄, 여행, 패션, 요리, 의학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인류의 지식사를 100권의 책으로 관통한다.

이 중 한국 책은 팔만대장경이 유일하다. 저자들은 “활판 인쇄의 발전을 선도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책이 팔만대장경”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완전한 불교 경전 전집으로 이후 나온 일본 대만 중국 판본 경전의 기초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지난 1만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인류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이 파묻혀 있는 정보를 보전하고 전송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발전시켰음을 보여준다. 이를 근거로 “미래의 책 형태가 ‘완전한 전자화’밖에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책은 단순히 텍스트를 담은 그릇 이상의 존재”라며 “인쇄본의 새로운 발전이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나고, 가끔은 전자책과 매우 다르면서 더 나은 뭔가가 지속적으로 간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