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전상에 줄 선 시민들 > 1월1일부터 내국인도 환전상에서 외화를 매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보다 유리한 환전상을 찾는 내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 환전상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환전상에 줄 선 시민들 > 1월1일부터 내국인도 환전상에서 외화를 매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보다 유리한 환전상을 찾는 내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 환전상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16일 오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 늘어선 10여개 환전상 일대는 추운 날씨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환전상마다 대여섯명씩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중국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지만, 내국인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대부분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원화를 외화로 바꾸려는 사람들이었다.

환전상에 내국인 '북적'…100만원 위안화 살 때 은행보다 6만원 이득
내국인이 환전상에서 하루 2000달러 이내에서 합법적으로 외화를 살 수 있도록 허용한 개정 외국환거래규정이 이달 초 시행된 이후 환전상을 찾는 내국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내국인은 환전상에서 외화를 팔 수만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소비자들의 환전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해 7월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환분야 규제 개선안을 내놓았고, 한국은행은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규제가 풀리자 명동·가리봉동·대림동 일대에 밀집한 환전상에 내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명동의 한 환전상은 “올해 들어 내국인 손님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환전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환전상은 “정보에 빠른 대학생 등 젊은 세대 중심으로 50만~60만원씩 환전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내국인의 외화 매입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3년 359개였던 개인 환전상 수는 작년 말 425개로 늘었다.

환전상에 내국인 '북적'…100만원 위안화 살 때 은행보다 6만원 이득
환전상을 찾는 내국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유리한 환율 때문이다. 이날 명동의 한 환전상에서 원화로 위안화를 살 때 적용되는 환율은 1위안당 174원, 인근 은행에선 185원이었다. 원화 100만원을 위안화로 바꿀 경우 환전상에서는 5747위안, 은행에서는 5405위안으로 342위안(5만9508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환전상을 이용하는 게 약 6만원 이득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도 환전상의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달러에 1085원, 은행은 1096원이었다. 100만원을 달러화로 바꾸면 환전상에서는 921달러를 받을 수 있어 은행(912달러)보다 9달러(9765원) 많았다. 주거래 은행, 고액 우대 여부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환전상들이 은행보다 더 유리한 환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중국 여행을 준비 중인 장모씨(23)는 “환전상의 가장 큰 장점은 환율이지만, 은행이 문을 닫은 주말이나 저녁에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인근 은행들은 환전상으로의 고객 이탈 가능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면서도 신경 쓰는 눈치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신뢰도가 높은 금융회사를 택하지 않겠느냐”며 “모든 거래가 전산화된 은행과 달리 (환전상은) 거래 과정이 불투명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들의 환전상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환치기 등 불법거래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림동의 한 환전상은 중국에 개설된 계좌로 얼마든지 송금이 가능하다며 환전 대신 환치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환치기는 환전상의 한국 계좌로 원화를 입금하면 환전상이 그만큼의 위안화를 자신의 중국 계좌에서 소비자의 중국 계좌로 입금하는 것으로 외국환거래법상 불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00달러 이하 거래만 허용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형주/나수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