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블랴나 성에서 바라본 류블랴나.
류블랴나 성에서 바라본 류블랴나.
세계지도에서 슬로베니아의 위치를 정확히 찍는 것은 쉽지 않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면적도 무척 작다. 한국과 비교하면 딱 전라도 넓이에 인구는 겨우 200만명에 불과하다. 다소 생소한 나라지만 매력이 넘친다. 다녀온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동유럽의 스위스’라는 수식어만 들어봐도 어떤 나라인지 짐작이 간다.
류블랴나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한 프레셔르노프 광장. 슬로베니아 여행의 시작점이다.
류블랴나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한 프레셔르노프 광장. 슬로베니아 여행의 시작점이다.
작지만 사랑스러운 도시 류블랴나

슬로베니아의 여행의 시작은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는 28만명 정도다. 걸어서 한나절이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여서 수도라기보다는 작은 소도시에 가깝다.

슬로베니아어로 류블랴나는 ‘사랑스럽다’는 뜻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이름이 왜 류블랴나인지 이해가 된다. 류블랴나는 에모나(Emona)라는 로마 도시로 출발했다. 그래서 곳곳에 로마시대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 15세기에는 합스부르그 왕조가 통치했는데 이때 흰색의 교회와 저택이 많이 들어섰다. ‘화이트 류블랴나’라는 별명도 그때 얻은 것이다.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 프레세롄을 기념한 동상.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 프레세롄을 기념한 동상.
류블랴나 여행은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한 프레셔르노프 광장(Presernov Square)에서 시작한다.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 프레세롄을 기념한 동상이 있는 곳이다. 낭만주의의 선두 주자였으며, 강렬한 문장으로 유명했다. 시인의 시선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 율리아의 동상이 있다. 평생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함께할 수 없었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지켜보고 있다.

광장을 나오면 곧장 류블랴나 시가지다. 바로크 양식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산책을 하듯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좋다. 류블랴나는 작은 도시라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다녀도, 길을 잃어도 조금만 걸으면 지나갔던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그러니 걱정 없이 다녀도 된다.

류블랴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류블랴나 성이다. 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가 1511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17세기 초에 재건됐다. 류블랴나 성은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요새, 감옥, 병원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다 지금은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류블라냐 사람들이 결혼식장으로 가장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블레드 호수의 작은 섬에 성당이 있다.
블레드 호수의 작은 섬에 성당이 있다.
슬로베니아의 보물 블레드 호수

류블랴나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20분 정도면 블레드 호수로 갈 수 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들어 형성된 블레드 호수는 둘레가 6㎞ 정도로 작지만 전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호수가 보여주는 풍경은 그림 그 자체다. 푸른 물비늘을 일으키며 햇살을 반사하는 호수와 그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산맥은 방금 달력에서 오려낸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블레드 호수가 유명한 건 그 안에 떠 있는 블레드 섬 때문이다. 슬로베니아 유일의 섬인 블레드 섬은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블레드 호수엔 플레타나가 23척뿐이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부터 그랬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고 딱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숫자가 200년 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뱃사공 일은 가업으로만 전해지고 남자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10분 정도 가다 보면 블레드 섬에 닿는다. 99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크식의 예쁜 교회인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이 있다. 1000년도 더 된 성당이다. 성당은 결혼식 장소로 애용되는데, 결혼식은 못 올려도 성당 내부에 있는 ‘행복의 종’을 울리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종을 울리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서 블레드 섬에는 종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하면 절벽 위에 있는 블레드 성에 오를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 왕족의 여름 별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자리한 모습이 동화 속에나 나옴직하다. 마법에 걸려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많은 여행객을 사로잡고 있는 곳. 성 한쪽에는 블레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주로 검과 갑옷 등을 볼 수 있다.

여행팁

한국에서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독일의 뮌헨공항으로 이동해 류블랴나까지 가는 아드리아에어(www.adria.si)를 이용하는 것이 싸고 일반적이다. 시간은 한국보다 7시간 늦고 기온은 한국보다 선선한 편. 비자는 필요 없다. 유로화가 통용되며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