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 한경DB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 한경DB
이케아, 가구보다 생활용품 잘 팔려…지역상권 타격에 규제 목소리 커져
지난해 12월18일 경기 광명시에 처음 문을 연 이케아가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가구를 만드는 기업인지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인지 헷갈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케아 광명점에서 구입하는 품목은 조명, 화분, 시계, 러그, 이불커버 같은 소품류가 대부분이고 덩치가 큰 가구를 사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이케아가 국내 가구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1위 가구기업 한샘 주가는 이케아 개장 후 되레 30%가량 올랐다. 정치권과 광명시는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간주해 ‘휴일 영업제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테리어 소품류 인기

5만9000㎡ 규모의 이케아 광명점은 방이나 거실 주방처럼 꾸민 65개 쇼룸에 8600여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구는 물론 각종 인테리어 소품이 진열돼 있다. 이를 살펴본 소비자가 창고에 가 사고자 하는 제품을 카트에 담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개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고, 품목별로 판매금액을 집계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이케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지훈 이케아코리아 PR매니저(홍보담당자)는 “이케아는 거실, 주방, 침실 등으로 나눠 매출을 집계한다”며 “가구와 소품 매출 비중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케아 광명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대부분 “스칸디나비아풍의 인테리어 소품이 예쁘고 가격도 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5000원, 1만원 안팎의 소품을 큰 비닐백에 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가구는 직접 조립하는 것이 번거로운 데다 몇 년 쓰고 나서 버리는 개념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구매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40대 주부 김미진 씨는 “여러 쇼룸을 구경하면서 아이와 함께 놀고 매장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식사를 했다”며 “향초와 수건, 액자, 알람시계가 싸고 좋아 보여 구입했다”고 말했다.

◆한샘 주가 상승세 반전

이케아 광명점 개장 첫날 인근 도로가 꽉 막힐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했던 국내 가구업계는 소비자 대부분이 “가구는 살 만한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샘 주가는 이케아 개장일을 전후로 11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가파르게 올라 14만원을 넘어섰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배송과 조립·설치를 구매자가 직접 해야 하는 방식의 이케아 서비스가 국내에서 자리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경계심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케아로 인해 한샘이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한샘 목표주가를 기존(14만원)보다 17.9% 높인 16만5000원으로 잡으면서 “이케아 국내 진출에도 불구하고 한샘은 부엌 및 가구를 중심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매장 대형화와 욕실·건축자재 등 신제품 출시를 통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마트로 규제해야”

불똥이 튄 곳은 광명시와 인근 상점들이다. 인테리어 소품과 잡화를 파는 가게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식당이나 식료품점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과 광명시는 다급해졌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광명을)은 지난 14일 ‘전문점도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이케아 광명점에서 파는 제품 중 가구류는 40%에 불과하고 생활용품과 잡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가구전문점이라는 이유로 의무휴업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섰던 광명시도 “대형마트처럼 생활용품을 많이 판매하는 이케아를 규제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유통법 개정을 요청했다. 안명선 광명시 공보팀장은 “대형마트가 중소상인과의 상생 차원에서 월 2회 의무휴업을 하듯 이케아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 가운데 식품·가전제품 및 생활용품을 점원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점포를 말한다”며 “의류·가전제품 또는 가정용품 등 특정 품목에 특화한 점포는 전문점이기 때문에 의무휴업 대상인 대형마트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규제하고 기업을 옥죄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외국 기업에 대해 규제할 때에는 형평성과 지속성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