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전쟁과 원유전쟁이 초래할 파장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지가 올해 동아시아 경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일 미국 보스턴 콜로네이드호텔에서 한미경제학회, 한국경제학회와 공동 개최한 '2015년 아시아 및 세계경제 전망' 라운드 테이블에서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이같이 전망했다.

오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일본·유럽의 양적완화 가속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는 통화전쟁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동남아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화유동성 점검과 함께 동아시아 통화금융협력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방남 미국 드렉셀대 교수도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자본유입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들 신흥국의 자본유입 감소폭을 축소시키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대내외 여신과 뱅크론을 통한 자본이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철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은 아시아 신흥국이 당면한 정책 이슈로 △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적정 외환보유액, △ 환율정책, △ 통화·금리정책, △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 적정 물가안정 목표치 등 여섯 가지를 꼽았다.

김 교수는 이어 "적정 환율·외환보유액 수준은 중앙은행의 통화·금리정책과 정부당국의 외환정책 간 연계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나선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구조개혁과 경제재건, 경제회생의 성공 여부는 국가시스템, 시장 메커니즘, 시민사회 등 거버넌스(국가경영)의 선진화 수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초고령 국가인 일본과 독일을 예로 들며 지난 2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은 정체와 퇴행을 거듭한 반면 독일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이유가 두 국가의 거버넌스 수준에 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의 거버넌스 수준을 비교한 결과 일본은 부패, 법치, 관료의 질로 측정한 2012년 국가시스템 지수가 0.59로 독일(0.65)에 비해 낮았다. 관용, 신뢰 수준으로 평가한 시민사회 지수도 일본(0.38)이 독일(0.46)보다 크게 낮았다.

우리나라는 국가시스템 지수가 2000년 0.37에서 2012년 0.54로, 시장 메커니즘 지수는 0.44에서 0.61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시민사회 지수는 12년간 그대로 0.30이었다.

김 원장은 "거버넌스의 수준 차이가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방증한다"며 "장기적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시스템 개혁과 시민사회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