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관련주가 을미년 개장 첫날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제일모직은 2일 17만원 고지에 올라서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SK와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SK C&C,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도 강세를 보였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순환출자 고리 끊기에 나선 한진, 한라그룹뿐 아니라 성장성 강화에 나선 기존 지주사 LG, 한화, CJ, 두산 등으로 지배구조 관심주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새해 場 열자마자 '지배구조 개편株' 급등
○제일모직 초강세

제일모직은 이날 8.23% 상승한 1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18일 상장 당시 공모가(5만3000원)보다 222.6% 올랐다. 상장 첫날 유가증권시장 14위였던 시가총액 순위도 9위로 뛰어올랐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주로 꼽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3.45%)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3.24%) 등 오너 일가가 4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삼성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고 대주주 지분율이 높으며 현금 창출 능력이 안정적”이라며 “미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11.25%)이 높은 삼성SDS도 이날 8.35% 올랐다. 작년 11월 상장할 때 공모가(19만원) 대비 67.4% 상승했다.

함께 지배구조 개편주로 분류되는 현대글로비스와 SK C&C도 변화에 대한 기대로 들썩였다.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5.83%, SK C&C는 7.96%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31.88%, SK C&C는 최태원 SK 회장이 32.92%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관심 영역 확장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제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나기 때문에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재편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그룹은 만도의 기업분할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섰고, 한진그룹도 지주사 체제 전환 완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2, 3세 경영자가 신수종 사업 발굴 등으로 성장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종목들은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측면에서 자회사의 사업 정상화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한화와 두산, 브랜드수수료 인상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LG를 꼽았다.

롯데그룹과 대상그룹은 2세 형제, 자매 간 지분 변동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가(家)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 지분 매입으로 신동빈 회장(5.32%)과의 차를 1.36%포인트로 줄였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형제간 지분율이 비슷해 정리가 필요하고 식품과 유통 등 51개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돼야 효율적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와 관리를 위해 지주사를 설립한다면 상대적으로 현금이 많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상무가 최대주주(35.8%)지만 언니인 임세령 상무도 지분 20.41%를 갖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로 전환하거나 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소유한 기업은 배당수익이나 브랜드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