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4 A to Z] 세월호에 갇힌 경제…소비 침몰에 기업 어닝쇼크 겹쳐
(A) April : 4월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바다에서 침몰했다.

처음엔 ‘전원 구조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고 국민은 이를 믿었다. 그때만 해도 이 ‘잔인한 4월’의 상처가 한국 사회와 정치 경제 등을 통째로 흔들지 몰랐다.

실상은 처참했다. 수학여행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했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위로했다. 수습 과정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했고 한국 사회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오랫동안 진통을 겪었다.

세월호를 버렸던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세월호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라는 종교단체도 뉴스에 오르내렸다.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을 앞둔 국가에서 일어난 후진국형 사고였다. 속도에 매몰돼 원칙을 무시했던 한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업계 유착과 비리 원인으로 지적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정부는 진땀을 흘렸다.

11월11일 수색이 종료됐다. 9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되돌아본 2014 A to Z] 세월호에 갇힌 경제…소비 침몰에 기업 어닝쇼크 겹쳐
(B) Big deal : 빅딜

삼성그룹이 화학·방산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오너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전자 등 주력 분야에 집중하고 한화는 화학·방산산업 분야를 더욱 강화해 사업 역량을 배가시킨다는 목표다. 과거 정부 주도 빅딜과 달리 기업 간 자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C) Consumption : 소비 침체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는 급격히 추락했다. 되살아나는 듯했던 한국 경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비 불씨를 살리려고 정부는 재정을 풀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가계빚과 전셋값 부담에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만 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2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D) Dollar : 슈퍼 달러

미국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주요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8% 상승했다. 달러 강세의 배경엔 미국 수출이 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드는 동시에 민간고용 또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등 미 경제의 회복세가 있다는 분석이다.

(E) Earning shock : 어닝쇼크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악의 영업손실을 내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3분기 1조9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 1분기 만에 최대 손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가 하락 등으로 해외 ‘달러박스’였던 중동 건설·플랜트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 석유화학 엔지니어링 등의 업체들도 큰 폭의 실적 추락을 이어갔다.

(F) FTA : 자유무역협정

[되돌아본 2014 A to Z] 세월호에 갇힌 경제…소비 침몰에 기업 어닝쇼크 겹쳐
올해 한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4개국에 달했다. 10년 전 처음으로 칠레와 FTA를 맺은 뒤 ‘통상 한국’의 영토는 고속 확장됐다. 특히 한·중 FTA를 맺으면서 한국은 글로벌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과 모두 FTA를 맺은 첫 국가가 됐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또 다른 내수로 삼을 수 있게 됐다.

(G) 리더십 : General

7월 개봉한 ‘명량’은 2014년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은 영화였다. 세월호 사고로 부각된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관객은 이순신에 열광했다. 명량은 ‘아바타’의 기록을 깨고 역대 최고 흥행 성적(국내 기준·관객수 1761만명)을 올렸다. 개봉하자마자 역대 최고의 오프닝 관객수(68만명)를 기록하고 12일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기록 행진은 이어졌다.

(H) Hacking : 해킹

1월부터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보 보안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 파견된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3사에서 고객 정보를 빼돌려 전 국민이 대혼란에 빠졌다. 연말엔 원전 반대 해커그룹으로 자칭하는 세력이 한국수력원자력의 보안 문건을 해킹하는 일도 벌어졌다.

(I) Infection : 에볼라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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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공포가 상륙했다.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3월 아프리카 기니를 시작으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수많은 감염자를 발생시켰다. 각국이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에볼라 퇴치엔 이르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에볼라 사망자가 7500명을 넘어서고 감염자는 2만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J) Japanification : 일본식 디플레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자산 거품이 붕괴된 이후 일본처럼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디플레이션, 재정적자 심화 등 경제가 장기 불황(Japan-style 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재 국내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침몰 직전의 일본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K) K-wave : 한류 열풍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를 끌면서 ‘치맥(치킨+맥주)’과 ‘천송이 코트’ 등 드라마에 등장한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한류 열풍이 이어졌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는 물론 한국의 촬영지, 의상, 음식, 가구 등이 모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이 치맥을 먹는 장면 때문에 중국에 치맥문화가 도입됐다.

(L) Leaks : 기밀 유출

청와대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유출돼 정국을 강타했다. 이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 씨가 청와대 핵심 ‘문고리 3인방’ 등과 이른바 ‘십상시’를 꾸려 정부의 각종 인사는 물론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M) Moneual : 모뉴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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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연매출 1조원 벤처신화가 가공 매출을 통한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허위 수출된 액수가 3조원이 넘고, 은행이 물린 돈만 7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뒤 관세청과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야 전모가 밝혀졌다. 모뉴엘은 은행 실사 때 수출 규모를 늘려 만기 대출을 갚기 위해 위장 수출입을 반복했다.

(N) Nut : 땅콩 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 항공기 일등석의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무원과 사무장을 상대로 폭언·폭행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이 밝혀져 많은 사람의 공분을 불렀다. 국제사회에서 ‘땅콩게이트(nut gate)’로 회자되면서 한국 재벌들에 대한 비아냥을 만들어냈다.

(O) Oil : 유가 하락

[되돌아본 2014 A to Z] 세월호에 갇힌 경제…소비 침몰에 기업 어닝쇼크 겹쳐
미국 셰일가스 공급 확대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세계 경제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었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이달 50달러대로 반토막이 났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백지화하면서 미국 석유업계와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석유로 부를 쌓아온 러시아는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P) Piketty : 피케티

40대 초반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쓴 저서 ‘21세기 자본’이 인기를 끌며 ‘피케티 신드롬’이 일어났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사람이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경제성장률)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진다는 피케티의 주장에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Q) QE : 양적완화

각국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통화전쟁의 해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양적 완화 종료를 10월 선언했다. 뚜렷한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금융위기 졸업을 외칠 수 있었다. 반면 국회 해산까지 거쳐 최근 재출범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양적 완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중국도 지난달 2년4개월 만에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R) Rent : 전세난

전셋값이 고공행진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5.5% 올랐다. 임대인은 저금리 탓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 집 살 생각 없는 사람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전세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치솟는 주거비용으로 서민의 고통이 커지자 정치권은 전·월세 상한제 등의 논의에 돌입했다. 매번 엇박자를 내는 정부 정책과 정치권 논쟁에 불만이 높다.

(S) Salaried man : 미생 신드롬

윤태호 작가의 웹툰에 기반한 드라마 ‘미생’이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8%를 돌파했다. 완생(完生)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는 이 시대 직장인의 자화상, 과장 오상식은 ‘로망’이었다. 방송가에서 직장인 소재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드라마 속 패션이 ‘오피스룩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T) Tax : 증세 논란

국회 예산정국의 화두는 증세였다. 야당은 무상복지를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인세 인상론이 부상했다. 여야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로 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증세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배당소득 환류세제’ 등을 꺼내들었다. 기업들의 세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U) Uber : 우버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주문형 개인기사 서비스 ‘우버’. 한국에도 상륙해 격한 논란을 일으켰다. 기존 택시회사의 개입 없이 자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우버는 공유경제의 혁신 모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기존 제도와의 충돌도 불가피했다.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일부 소비자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V) Visit : 北 3인방 기습방문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10월4일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실세 3인방이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 3인방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은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인권문제 등으로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W) Welfare : 무상복지 대란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예산안 국회 논의 과정에 누리과정, 무상급식 예산 문제가 발생하며 논란이 벌어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무리한 선거공약이 빚은 한계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현재의 무상복지 제도로는 지방정부 재정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며 “국민적 재논의가 절실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X) Xiaomi : 샤오미 쇼크

중국 휴대폰 제조사 샤오미(小米)가 중국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선 LG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중국이 따라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던 한국 기업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샤오미에,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Y) Youke : 유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6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 들어온 단일 국가 관광객으로는 첫 기록이다. 씀씀이가 큰 유커는 국내 관광과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관광수입이 147억8200만달러로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연간 141억6500만달러) 기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Z) Zero : 실질 제로금리

한국은행은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내렸다. 기준금리 연 2.0%는 사상 최저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예금금리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하지만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한은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금리에 저물가, 엔저까지 겹친 ‘3저’ 현상은 2014년 한국 경제의 특징이었다.

김유미/고은이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