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마트폰 업체 간 특허 전쟁이 임박했다. 중국 정부가 퀄컴이 자사 통신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간에는 경쟁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특허우산’에 대해 독점권 남용으로 판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허우산이 해제되면 중국 내에서 특허를 많이 보유한 화웨이 ZTE 등이 자사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샤오미 오포 등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특허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화웨이 "샤오미, 특허 침해 말라"…中업체끼리 스마트폰 특허전쟁
○中 정부 “퀄컴 ‘특허우산’ 독점권 남용”

25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는 최근 경쟁사 샤오미 오포 등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샤오미와 오포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후 화웨이는 서한 발송 사실을 부인했지만 “우리는 특허 보호를 중시한다”고 밝혔고, ZTE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지식재산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간 특허전쟁 개막을 알리는 전주곡이라는 게 중국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중국의 반독점 조사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퀄컴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여왔다. 통신칩 표준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부터 대당 판매 가격의 5%를 특허수수료로 받아왔다. 발개위는 그러나 “통신칩 가격이 아닌 스마트폰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지식재산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개위는 퀄컴에 특허수수료를 낮추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그런데 발개위의 이번 조사 대상 중에는 퀄컴이 그동안 고객사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제공해온 특허우산도 포함됐다. 퀄컴은 각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자사 통신 특허를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해당 회사가 보유한 특허 사용권을 확보했다. 이를 이용해 각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퀄컴의 통신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끼리는 경쟁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퀄컴의 이 같은 특허우산 덕분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특허소송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개위는 퀄컴의 특허우산도 “경쟁 통신칩 제조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오포 등 신생업체 타격 입을 듯

신경보는 최근 중국 IT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퀄컴의 특허우산 모델이 붕괴되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간 특허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화웨이와 ZTE가 퀄컴에 대한 반독점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면서 특허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21세기경제보는 특허전쟁이 시작되면 샤오미 오포 등 신생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화웨이(2만2200건) ZTE(1만4994건) 등이 샤오미(10건)와 오포(103건) 등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라오야오 중국휴대폰제조업체연맹 대표는 “앞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특허가 강력한 경쟁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