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中 서비스 시장] '진입장벽' 없앤 韓·中 FTA…30조 중국 엔지니어링 시장 열린다
30조원이 넘는 중국 엔지니어링서비스 시장이 한국 기업들에 열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중국 정부가 이 분야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올린 수주 실적을 인정해주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엔지니어링 기업은 중국에 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진입장벽 일거에 무너져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중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한국의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온다”며 “연말을 전후로 한·중 FTA 가서명이 이뤄져 구체적인 서비스 양허 내용이 공개되면 이런 움직임이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링서비스는 공항 고속도로 고속철도 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빌딩 플랜트 건설 등에서 계획수립, 타당성 조사, 설계, 시공감리, 유지보수 등을 수행하는 분야를 말한다. 건설업의 부가가치율은 21%인 데 비해 엔지니어링서비스는 부가가치율이 56%에 달할 정도로 자본 투입 대비 매출이 높은 전형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빗장 풀리는 中 서비스 시장] '진입장벽' 없앤 韓·中 FTA…30조 중국 엔지니어링 시장 열린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조사한 중국의 엔지니어링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 27조1000억원(2011년 기준)에 달한다. 지금은 이보다 더 커져 30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기업의 수주 실적은 ‘실적 인정 장벽’에 막혀 많지 않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한국 기업의 수주 실적은 총 60건으로 금액은 33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국내 대기업 현지법인의 하도급이었고 현지 발주처의 직접 수주건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중 FTA가 진입 장벽을 일거에 허물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미글로벌의 경우 지금까지는 민간부문의 엔지니어링서비스를 수주해왔다. 하지만 한·중 FTA 타결로 한국의 실적을 중국 정부가 인정해주기로 한 만큼 공공부문 수주전략도 모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현지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다른 내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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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발전소 건설 투자로 4조위안(약 708조원)을 비롯해 전력생산설비 건설에 2조7500만위안(약 487조원), 전력망 구축 사업에 2조5500만위안(약 452조원) 등 대규모 SOC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1만6000㎞에 달하는 고속철도건설 계획 중 5000㎞ 정도의 건설공사가 남아 있다. 2005년부터 중국 고속철도 사업에서 일부 구간의 감리를 맡은 적이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충북 오송역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호남선의 공사 규모가 9조원가량인 점에 비춰볼 때 중국의 사업 규모는 엄청날 것”이라며 “중국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중 FTA 타결 이후에도 법인 설립 시 중국 측 출자가 25% 이상이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과 외국 기업이 맡을 수 있는 공사 범위에 제한이 있다는 규정, 외국 기업의 경우 중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전문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진입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서비스 부문의 협상은 협정 발효 후 2년 내 후속 협상을 하기로 한 만큼 나중에 이런 규제들을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은 “한·중 FTA 타결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30%의 시장 점유율만 차지해도 한국 전체 시장 규모와 비슷하다”며 “중국 시장을 한국의 앞마당으로 삼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과의 사업기회도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