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장의 한계' 직면한 한국…벤처·강소기업 키워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달러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931달러. 7년째 2만달러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추격자들이 무섭게 뒤를 쫓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던 분야를 잠식했다. 가전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거대한 산업 패권 변화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카이스트, 미래를 여는 명강의》는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성장의 한계’를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엮은 책이다. KAIST 교수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5명이 현재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7년간 역대 정부의 성격과 상관없이 ‘경제 살리기’를 위한 경제 정책이 유지됐다. 대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저금리로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나름대로의 진단과 치료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지금과 같은 현실이다.

저자들은 “단순히 정부의 이념적 성향이나 한두 가지 정책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편의주의적 발상부터 극복해야 한다”며 “수십년간 해 온 관행을 되짚어보고 ‘잘한 일’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미래를 변화시키는 일반적 공통 요소로 ‘스테퍼(STEPPER)’를 꼽는다.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의 첫 알파벳을 이은 것이다. 저자들은 각각의 관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압축 성장에서 비롯된 소통의 부재, 자본주의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불평등한 분배, 저출산 고령화, 후진적인 정치체계 등을 지적한다.

이에 따른 여섯 가지 대안도 제시한다. 먼저 신자유주의를 넘어 지식기반 경제에 알맞은 새로운 자본주의와 금융 구조를 갖춰야 한다. 또 ‘추격형 경제성장’에서 강소기업과 기술벤처기업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선도형 경제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강소기업들이 산업의 주류를 이루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뿐 아니라 기업과 금융, 법률, 교육, 행정 등 전반적인 정책의 패러다임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벤처산업이 발달한 이스라엘을 참고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로봇산업에 관심을 갖고 사회 구성원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정부 3.0’ 플랫폼도 주목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분배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상황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전통적 강자인 미국과 일본, 신흥강국인 중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는가에 따라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책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대처법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성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의 문제”라며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긴 호흡으로 깊이 성찰하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