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5% 성장…다우 첫 18,000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2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 18,000을 돌파하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S&P500지수도 이날 올 들어 51번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오전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기폭제가 됐다.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연율 기준) 증가, 2003년 3분기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상무부 발표 직후 “미국의 경제 엔진 실린더가 완전가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독주체제와 글로벌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깊어지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를 의미하는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평가받던 중국은 성장 둔화 우려 속에 힘이 빠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올해 0%대 성장에 머물면서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에 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 마이너스 성장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냉전 시대에 미국과 세계 패권을 양분했던 러시아는 미국 셰일에너지 생산에 따른 유가 급락 여파로 1998년 이후 16년 만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렸다. 미국의 ‘셰일혁명’은 1970년대 이후 국제 유가를 결정하며 에너지 시장을 통제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사실상 와해시켰다.

신흥국들은 내년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해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브라질 등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이 Fed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의 실질적이고 유일한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