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호승 등 시인 49명이 부른 思母曲
고은, 오세영, 정호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명이 모여 ‘엄마’를 주제로 한 신작 시집《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나무옆의자)를 펴냈다. 어머니 없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기에 시인들에게도 엄마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여든한 살의 고은 시인은 몸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그리움으로 어머니를 부른다.

‘엄마 하고 부르던 / 다섯 살의 나는 다 지워져서 / 어머니 / 어머니 / 하고 여든한 살의 묵은 목젖으로 가만히 불러보았습니다’(고은 ‘성묘’)

정호승 시인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걷던 추억을 떠올리다. 종소리를 들은 시인은 어머니 생각에 울음을 터뜨린다. 종소리는 조용히 사라지지만 시인은 그 종소리가 어머니가 떠나신 그 먼 곳으로 따라간다고 노래했다.

‘종소리에도 손이 있다 /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긴 손가락이 있다 / 때로는 거칠고 따스한 어머니의 손이 있다 / 어디선가 먼 데서 종소리가 울리면 / 나는 가끔 종소리의 손을 잡고 울 때가 있다 / 종소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별을 바라볼 때가 있다 / 그 별이 사라진 곳으로 / 어머니를 따라 멀리 사라질 때가 있다’(정호승 ‘종소리’)

시집 2부에는 강은교, 김명리, 김승희, 문정희, 신현림 등 중견 여성 시인들의 작품이 실렸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그저 목소리만으로도 힘을 줬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3부에선 고영, 고영민, 김완하, 손택수, 윤관영, 함민복 등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들의 어머니 이야기도 함께 담겼다. 152쪽, 1만3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