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가 몰려 있는 청담동 명품거리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신흥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명품거리의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유치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청담동 명품거리, 지도가 바뀐다
드라마 ‘밀회’에서 주인공 김희애가 들고 나와 유명해진 이탈리아 잡화 브랜드 헨리베글린은 다음달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옛 한국도자기 명품관 건물 1~2층(425.75㎡)에 대표 매장을 연다. 이곳에서는 가방, 의류, 신발뿐 아니라 의자, 침대, 탁자 등 가구류도 판매할 예정이다.

프랑스 잡화 브랜드 제롬드레이퓌스,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보기밀라노는 지난달 나란히 명품거리에 입성했다. 신화코리아가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신인’이지만 프라다와 페라가모의 대표 매장 사이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837.94㎡)에 함께 자리 잡았다.

캐시미어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쿠치넬리는 지난 4월, 국내에 ‘판도라백’ 돌풍을 일으켰던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는 지난해 4월 각각 3.1필립림과 코치 등 미국 브랜드를 밀어내고 국내 첫 대표 매장을 이곳에 냈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 판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갖고 있다. 이 외에 쟈딕앤볼테르, 끌로에, 알렉산더왕, CH캐롤리나헤레라 등 2012년부터 최근 2년 사이 명품거리에 새로 들어온 신흥 브랜드만 10여개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매장을 내게 되면 임차료 등 운영비가 많이 들어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업체들이 앞다퉈 개점하려는 것은 명품거리의 상징성 때문이다. 이곳에 대표 매장을 두게 되면 그 자체로 거대한 ‘옥외광고판’ 역할을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국내 영업이익이 줄어든 크리스찬디올과 버버리는 내년 중 명품거리에 대형 매장을 열 계획이다. 샤넬은 올초 까르띠에 매장이 있는 건물을 700억원대에 사들여 이곳을 국내 첫 가두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2월 중순 기존 청담동 매장의 영업을 종료하는 까르띠에도 명품거리를 떠나지 않고 옛 에르메네질도제냐 매장 자리로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청담동 명품거리가 ‘큰손 유커의 원스톱 쇼핑지’가 될 만한 지리적 이점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과 소녀시대, 엑소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사옥도 이곳에 있어 명품 쇼핑 및 ‘한류 메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헨리베글린의 한·중 판권을 갖고 있는 HB아시아퍼시픽 관계자는 “점원 8명 중 2명은 중국인 관광객을 고려해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조르지오아르마니 등 9개 브랜드의 청담동 매장 포인트를 다음달 1일부터 통합관리하고, 중국인 등 외국인들의 포인트카드 가입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