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화동 삼정중 학생들이 28일 내년 학생회 활동의 방향을 정하는 수련회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서울 방화동 삼정중 학생들이 28일 내년 학생회 활동의 방향을 정하는 수련회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달 초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 회의실에서 인근 삼정중학교 학생회 임원 30여명이 밤 9시가 넘은 시간까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올해 학생회의 각종 사업에 대한 평가와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워크숍 자리다. 브리핑에 나선 한 학생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통해 올해 축제에서 쓴 예산 내역은 물론 당초 계획 이행도를 자체 평가했다.

이 학교 자치활동을 지도하는 김승규 교사는 “학생회 활동은 거의 100% 학생 주도로 이뤄지고 교사는 조언하는 수준”이라며 “학생회 임원들은 1년 네 차례 워크숍을 통해 학생회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안을 점검하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삼정중 학생회 임원은 150여명이다. 전교생(456명) 세 명 중 한 명이 학생회 임원인 셈이다. 학생회 임원이 많은 이유는 수업을 제외한 △생활규율 제정 △축제, 수련회 등 학교 행사 준비 △에너지 절약 캠페인 △특별활동 등 거의 모든 학교 생활을 학생회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연간 자체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도 약 2000만원에 달한다. 학생회의 분과별 임원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들은 교사나 학생도 100% 수용한다. 김 교사는 “교사가 시켜서 하는 일은 없다”며 “학생들이 학교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에서 학생 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12년부터다. ‘불량 학생이 많고 공부 못하는 학교’로 ‘교사들이 오기 꺼리는 학교’에 2011년 부임한 학생주임 김 교사는 “학교에 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한 문제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자신의 역할을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을 설득해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해주는 학생 자치를 시작했다.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학생들은 빠르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5년 전만 해도 약 190건씩 이뤄지던 학생 징계는 올해 세 건으로 줄었고 서울시내에서 꼴찌던 학업 성취도도 중간 수준까지 올랐다.

학생회장인 유인지 학생은 “우리 학교에는 ‘일진’이 없고 따돌림, 학교폭력이 없다”며 “다른 학교에서 ‘왕따’였던 친구가 얼마 전 전학을 왔는데 정말 학교가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변화에 대해 김 교사는 “학생회에서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감과 자신의 존재 이유가 생겼고 이것이 학생들의 행동을 바꿔 놓았다고 생각한다”고 “학생회의 한 간부는 축제기간 중 손가락이 부러졌지만 행사가 끝날 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고 자기 임무를 다했다”고 전했다.

삼정중 학생회는 이제는 학교 운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 10월 금요일 밤에 축제가 끝나자 학생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토요일에 학교에 나와 청소를 했다.

학생회 주도로 ‘삼정절전소’라는 기구를 만들어 에너지 절약도 시행 중이다. 빈 교실이나 화장실 불끄기 등을 통해 작년 대비 올해 전기요금을 약 25.3% 줄였다. 한 학생회 간부는 “공부를 못해도 학교에 나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행복하고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교사들도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